[정부, 청년구직수당 신설] 민간기금 끌어와 구직청년 면접비 지원…정부 '박원순 따라하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은 12일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 취업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서울시 ‘청년수당’과의 차별성을 거듭 강조했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구직활동계획서만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해 취업 의사가 없어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정부가 이날 발표한 ‘구직수당’은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참가해 상담과 구직훈련을 마친 청년들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취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장관은 “적극적인 구직 활동이 전제되지 않는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볏짚을 태우는 것처럼 잠시 부르르 타다가 꺼질 수 있는 제도”라며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제도를 만들 게 아니라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청년희망재단 같은 민간부문이 힘을 모아 불을 계속 지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청년구직수당 신설] 민간기금 끌어와 구직청년 면접비 지원…정부 '박원순 따라하기'
정부가 이날 내놓은 지원 방안을 보면 고용부는 다음달부터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 29만여명 중 2만4000여명에게 1인당 최대 60만원(월 20만원씩 3개월간)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청년희망재단 기금(1439억원) 규모를 고려하면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 중 상담(1단계)과 구직훈련(2단계)을 마치고 취업알선 과정(3단계)에 있는 청년 중 약 10%에 대해 1년간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은 취업성공패키지 3단계 참여자 중 저소득층 또는 적극적인 구직 활동 중인 청년들이다. 구직 상담원이 지원 대상자를 추천한 뒤 고용센터에서 선정해 청년희망재단에 통보하면 지원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지원은 실비 보전 방식으로, 청년들이 구직 과정에 사용한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한도 내에서 사후 지급한다. 지난 한 달 동안 면접을 보기 위해 4만원에 정장을 빌리고 1만원을 들여 이력서용 사진을 찍고, 지방에서 서울로 면접을 보러오면서 교통·숙박비로 9만5000원을 썼다면 14만5000원을 지원받는다.

이 장관은 ‘구직수당’이 정부 예산이 아니라 민간기금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정부가 다 할 수는 없다”며 “저소득층 청년은 면접·교통비 등이 필요한데 이는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청년희망펀드를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기금을 ‘쌈짓돈’처럼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출범한 청년희망재단은 기업과 일반 국민 11만8500여명이 동참한 청년희망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한 한 공공기관장은 “저소득층 청년의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에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도 “서울시의 청년수당 바람에 휩쓸려 정부가 급하게 청년희망펀드의 금고 문을 여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현금 지급 방식에 고개를 가로젓는 청년들도 있다. 인문계 출신이지만 한경닷컴 정보기술(IT)교육센터에서 웹서버 개발자 양성과정을 마친 뒤 취업에 성공한 서미영 씨는 “현금 지원보다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육 기회를 늘려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취업경력개발원 일학습병행제(IPP)를 통해 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김정민 씨는 “학교가 검증한 기업에서 실습 경험을 쌓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며 “현금 지원보다 인턴 경험도 쌓고 월급도 받는 프로그램을 더 확대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취업 지원 정책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회성 현금 지원 방식보다는 일반회계와 지자체 예산을 합해 사업별로 유연하게 추진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 취업성공패키지

고용노동부의 저소득 취업취약계층(18~64세) 취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2009년 시작됐다. 신청자에게 상담을 통한 진단과 경로 설정(1단계), 직업훈련·창업지원(2단계), 취업 알선(3단계) 등을 지원하고 단계별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청년들의 구직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백승현/공태윤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