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우리가 해냈어” > 권창훈(왼쪽)이 11일(한국시간) 멕시코와의 C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조 1위로 8강행을 확정 지은 뒤 주장 장현수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형! 우리가 해냈어” > 권창훈(왼쪽)이 11일(한국시간) 멕시코와의 C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조 1위로 8강행을 확정 지은 뒤 주장 장현수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회는 한 번이면 충분했다. 신태용호(號)의 ‘황태자’ 권창훈은 한 번의 슈팅으로 승부를 갈랐다. 11명의 태극전사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멕시코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수비진은 한 골도 허용하지 않고, 1-0 점수를 지켜냈다.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11일(이하 한국시간) 남미의 강호 멕시코를 누르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의 8강 상대는 D조에서 아르헨티나를 누르고 조 2위로 올라온 온두라스. 리우올림픽 출전을 앞둔 지난 6월 한 차례 경기를 치러 결코 어렵지 않은 상대다.

◆디펜딩 챔피언 공세에 ‘맞불 작전’

한국 대표팀은 이날 브라질리아 마네가힌샤 주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C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를 1-0 한 점 차로 제쳤다. 예선성적 2승1무(승점 7점). ‘죽음의 조’로 꼽힌 C조에서 독일, 멕시코를 따돌리고 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브라질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멕시코와의 일전은 시작부터 일진일퇴의 공방전이었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이 가능했지만 멕시코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확실한 승리를 원한 신태용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한국은 황희찬(20·잘츠부르크)을 중심으로 류승우(23·레버쿠젠) 권창훈(22·수원삼성) 손흥민(24·토트넘)을 2선에 배치하는 4-2-3-1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이창민(22·제주UTD)과 박용우(23·FC서울)가 중원을 맡았고, 장현수(25·광저우푸리)와 심상민(23·FC서울) 정승현(22·울산현대) 이슬찬(23·전남드래곤즈)이 포백라인으로 나섰다. 골문은 구성윤(22·콘사도레삿포로)이 지켰다.

멕시코는 거칠었다. 전반 시작부터 마르코 부에노(22), 카를로스 시스네로스(23) 등 주축 공격수를 앞세워 한국 골문을 공략했다. 전반 11분 부에노는 페널티박스 안 정면에서 가슴 서늘한 오른발 슈팅을 했다. 이후에도 위협적인 몸놀림으로 한국 수비진을 흔들었다. 한국팀에는 행운도 따랐다. 후반 16분 카를로스 시스네로스의 왼발 중거리 슛이 왼쪽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원샷원킬 권창훈

한국은 전후반 내내 상대편의 거친 플레이에 밀렸다. 앞선 두 경기에서 보여준 패스에 의한 득점 기회를 좀처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에 신 감독이 교체카드를 빼들었다. 류승우를 대신해 석현준(25·FC포르투)을 투입했다. 이겨서 8강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리우에서 절정의 골감각을 찾은 석현준은 황희찬과 함께 투톱을 이루며 멕시코 수비진을 파고들었다.

해결사는 신태용호의 황태자 권창훈이었다. 그는 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왼쪽 페널티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가 슈팅을 날렸다. 공은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골문 왼쪽 상단에 그대로 꽂혔다.

한국 대표팀의 끈끈한 조직력이 합작한 결승골이었다. 권창훈이 공을 몰고 들어가자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와 엉켜 있던 석현준과 황희찬이 온몸으로 수비수를 막아섰다. 이 골은 이날 경기에서 한국의 첫 번째 유효 슈팅이었다.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낚아챈 선수들은 육탄방어로 멕시코의 막판 공세를 막아냈다. 온두라스와의 8강전은 오는 14일 오전 7시 시작된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