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영원한 1등은 없다
온 나라가 뜨겁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찬반 공방과 여야 당 대표 선출의 열기도 날씨만큼 뜨겁다. 여기에 올림픽 열기까지 더해졌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세계 랭킹 1위로 금메달을 예상한 선수들이 예선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1등을 지향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에 우리는 1등이 안아야 할 심적 중압감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혹독하고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을 버텨내며 그 꿈을 향해 달려왔다. 그것을 놓치는 순간 그들이 겪을 상실감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랜 훈련의 시간을 단 한순간의 무대로 심판받는다는 면에서 음악은 스포츠와 다르지 않다. 연습할 때 제아무리 좋은 연주를 하더라도 무대에서 한순간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다. 근래 많은 한국 음악도가 세계 주요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 벨기에 영화감독 티에리 로로는 이런 현상을 ‘Korean Musical Mystery(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라는 영화에 담았다. 세계 3대 콩쿠르인 벨기에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 최근 한국 출신 수상자가 급증한 이유를 주제로 한 이 영화는 한국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그런데 로로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유럽 관객은 한국 연주자들의 연주에 열광하는데 콩쿠르 후 다시 그들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 한 해 다섯 명의 한국인이 수상한 적도 있는데 그들의 행방을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다.

안타깝게도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한 한국 음악가들이 ‘반짝스타’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연주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많은 서구 음악가와 달리 한국 음악인은 어느 정도 인정받으면 대학교수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리 클래식 음악 시장이 연주생활만으로 생계를 꾸려 갈 만큼 넓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훈련과 연마가 요구되는 음악가가 교수와 연주 두 가지를 다 잘해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기량을 생각하며 찾은 연주장에서 씁쓸한 기분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20세기의 거장,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에게 한 기자가 세계 정상에 오른 비결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기 세계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나는 연습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하루 연습을 안 하면 저 자신이 알고, 이틀을 안 하면 친구가 알며, 사흘을 안 하면 청중이 압니다.” 노력하지 않는 한 영원한 1등은 없다.

이소영 < 솔오페라단장 rosa045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