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0일 “대통령과 정부에 맞서는 게 정의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러 온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이 야당과 똑같이 대통령과 정부를 대한다면 여당의 본분과 지위, 신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청와대를 잇달아 비판한 데 대한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어 “저는 어떤 누구보다도 대통령의 정치 철학, 국정 운영 방향을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면서도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면 국회에서 과감히 지적하겠다”고 했다. 김 수석이 “직접 대통령께 전화해도 된다”고 하자, 이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1일 오전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은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에 당의 변화와 화합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앞서 여의도 당사에서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부터 당의 모든 판단 기준은 ‘국민’”이라며 “‘섬기는 리더십’이 당의 색깔이 되도록 당 소속 의원, 원외 인사들과 함께 운영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대표는 민생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1년6개월은 (내년) 대선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와 국민, 민생, 경제, 안보를 챙기는 게 시급하다”며 “근본에 손대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우선 최고위 운영 방식에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최고위 공개회의에선 당 대표와 원내대표만 공개 발언을 하기로 했다. 최고위원들은 정책 이슈에 대해 필요한 때만 발언하기로 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비공개회의에서 조율을 거쳐 대변인이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고위원들이 공개 석상에서 언쟁을 벌이는 모습 등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