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숍 이니스프리가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브랜드숍 1위(매출 기준)에 올라섰다. 비슷한 재료로 만든 저렴한 화장품 일색이던 브랜드숍 시장에서 친환경 재료와 효율적 매장 운영을 앞세워 꾸준히 베스트셀러 제품을 늘려온 덕분이란 평가다. 브랜드숍 업계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물량 공세를 퍼붓던 시대는 지났다며 차별화 전략에 따라 브랜드숍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주산 화장품' 이니스프리, 브랜드숍 1위 등극
◆‘효율 경영’으로 이익률 높여

이니스프리는 올해 상반기 4002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까지 브랜드숍 1위였던 더페이스샵(3308억원)을 처음으로 꺾었다. 이니스프리 영업이익률은 28.66%로, 2위인 더페이스샵(8.64%)과 차이가 크다. 그만큼 효율적으로 장사를 잘했다는 얘기다. 두 회사의 이익률 격차는 가격대와 베스트셀러 제품 누적판매량 차이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더페이스샵에는 1만원이 안 되는 제품이 많은 데 비해 이니스프리는 2만원 안팎의 제품이 베스트셀러로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다. 2008년 첫선을 보인 이니스프리의 ‘더 그린티 씨드 세럼’은 매년 판매 1위 제품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250여만개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늘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매장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고 제품에 초점을 맞춰 브랜드 콘셉트를 잘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이니스프리가 1위로 급성장한 데는 녹차 미역 화산송이 한란 푸른콩 동백 청보리 등 제주산 자연원료를 제품에 녹여내며 ‘자연 친화성’을 강조한 전략이 주효했다. 주요 소비자층인 중국인은 황사 미세먼지 등 환경 요인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깨끗하고 안전한 자연산 화장품’을 선호한다.

이니스프리는 2008년 ‘그린티 퓨어’ 라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5가지 제주산 원료를 제품으로 선보였다. 매출 5~6위권이던 이니스프리는 매년 매출이 급성장해 1위까지 올라섰다. 영업이익률은 2013년 14.96%에서 2014년 16.75%, 지난해엔 21.21%로 높아졌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내에서는 “개별 브랜드 매출 기준으로 이니스프리가 올해 설화수도 꺾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미 투’ 제품으론 승산 없어

업계에서는 이니스프리 성장의 이면에 ‘미샤의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2000년 설립된 에이블씨엔씨가 내놓은 브랜드숍 미샤는 한국 화장품업계를 뒤흔들며 승승장구했다. 기존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으로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화장품 제조업체에 의뢰하면 누구나 비슷한 ‘미 투(me too)’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사 브랜드가 쏟아졌다. 홀리카홀리카, 마죠리카 마죠르카 등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점포 문을 닫는 브랜드가 늘어났다. “브랜드 이름만 다를 뿐”이라는 소비자의 냉혹한 평가 때문이었다.

이후 더페이스샵과 네이처리퍼블릭 등 상위권에 속한 브랜드숍들이 ‘친환경 브랜드’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더페이스샵이 처음 미샤를 꺾고 1위에 오른 건 2013년.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외형 성장’에 중점을 둔 미샤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2014년부터 비효율적인 매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다 만드는 기초화장품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 베스트셀러인 비비크림을 앞세워 차별화된 협업(컬래버레이션)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라인프렌즈, 미니언즈 등 유명캐릭터 디자인을 용기에 채택한 화장품을 내놨다. 브랜드숍업계 관계자는 “매장별 매출과 1인당 구입액 등 실제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는 숫자가 중요해졌다”며 “이를 위해 차별화된 성분과 고부가가치 제품을 강조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