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교사서 '학교 폭력' 변호사로…"학생·학교 가교 역할 할 것"
“학교 폭력 사건은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와 법률 지식이 어우러져야만 적절한 법률 자문이 가능합니다.”

서울교육청 소속 전수민 변호사(38·변호사시험 1회·사진)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분쟁은 단순히 법률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학교와 학부모, 피해자와 가해자 등 사건 당사자의 주장이 대부분 엇갈리기 때문에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가해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이끌면서 피해 학생이 법적인 구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 전 변호사 앞에 놓인 과제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그에게는 학교 교사의 인자한 미소와 변호사의 날카로운 눈빛이 동시에 묻어났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1기로 졸업한 전 변호사는 2012년 5월부터 서울교육청에서 학교 분쟁 전담 변호사로 5년째 활동 중이다. 학교 폭력 사건이나 교권 침해 등 서울 초·중·고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분쟁 자문에 응하고 관련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1년 단위 계약직인 교육청 변호사를 5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1년간의 교사 경험 덕분이다. 2001년 서울대 사범대 생물교육과를 졸업한 전 변호사는 행정고시에 도전했다. 몇 차례 고배를 마시자 전공을 살려 2007년 서울 인헌고에 기간제 교사로 들어갔다.

전 변호사가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한 것은 1년 남짓. 시간은 짧았지만 학교 행정의 특성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로스쿨 출범 소식을 듣고 법조인의 꿈을 꾸게 됐다. 사법시험이라면 또다시 ‘고시판’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로스쿨은 그런 위험 부담이 작았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려대 로스쿨에 1기로 입학했고 변호사시험을 통과해 ‘교사 출신 1호 로스쿨 변호사’가 됐다.

전 변호사가 로스쿨을 졸업할 즈음, 전국 시·도교육청에서는 소송전으로 번지는 교내 분쟁 사건을 담당할 로스쿨 변호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학교 현장 경험이 있던 그는 학교 분쟁 사건에서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서울교육청에 지원했다. 교육청에서도 그의 교사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교육청의 판단은 적중했다. 학교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 청구를 1년에 100여건, 소송을 20여건씩 수행하면서 그는 ‘현장을 이해하는 변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변호사는 “교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학교의 태도나 학생들이 느끼는 어려움 등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현장에 대한 이해라는 토대에 법률 자문을 얹으니 사건 당사자들이 최대한 만족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지난 5년간 많은 학교 폭력 사건 등을 다루면서 일선 학교 현장이 제도와 문화의 변화를 잘 쫓아오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학교 측은 가능하면 학교 내부문제로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고, 학부모는 자녀가 잘못한 것까지도 모두 학교에 관리책임을 떠넘기려 하면서 법정소송으로 치닫게 된다는 지적이다.

전 변호사는 “교사의 권위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며 “법을 통한 해결 방식이 시대적 요구인 만큼 ‘교육’과 ‘법’ 사이에서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법률 자문을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