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1위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 업체인 ‘고젝(Go-Jek)’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실탄 마련에 성공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고젝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워버그핀커스, 패럴론캐피털 등 미국 대형 사모투자업체들로부터 5억5000만달러(약 6100억원)를 투자받기로 했다고 5일 보도했다.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고젝의 기업가치는 13억달러로 뛰어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고젝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나딤 마카림이 2010년 설립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교통체증이 심한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이용하는 오토바이 택시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내놓아 주목받다가 지난해 오토바이 택시 기사(오젝)와 승객을 바로 연결해주는 앱(응용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고젝은 인도네시아 10개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만명의 오토바이 기사를 확보하고 있다. 하루 이용 건수는 25만6000여건에 달한다.

고젝은 새로 마련한 자금을 우버, 그랩택시 등 동남아시아에서 점유율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과의 보조금 경쟁에 투입할 계획이다. 고젝은 인구 2억5000여만명의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오토바이 기사들에게 보조금을 뿌리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쓴 보조금만 7300만달러에 이른다. 이 기간 고젝은 12% 성장을 이뤘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경쟁 없이 이 같은 성장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 테마섹 등의 조사에 따르면 동남아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은 2025년까지 현재의 5배인 131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체 간 경쟁도 불붙고 있다. 동남아판 우버인 그랩택시가 2014년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인 ‘그랩바이크’를 내놓은 데 이어 미국 우버도 지난 2월 비슷한 서비스인 ‘우버모토’를 내놨다. 고젝은 틈새시장을 노린 중소형 업체와의 경쟁에도 직면해 있다. 여성 전용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업체인 ‘레이디젝’, 무슬림 여성을 고려해 히잡을 쓴 여성 기사가 운전하는 ‘오젝샤리(Ojek Syari)’도 인기몰이를 하며 고젝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의 합병이 결정된 직후 고젝의 투자금 유치가 이뤄진 점에 주목해 “이제 우버가 다른 유망한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며 동남아 시장에서 업체 간 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