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해운사 10곳을 자동차 해상운송료 담합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한다. 일본 노르웨이 칠레의 대형선사들이 2008년부터 담합을 통해 책정한 높은 운임으로 부당이득을 취해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르노삼성 등 국내 자동차사들이 과도한 수출운송료를 물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번 ‘국제담합’ 조사는 공정위가 옳은 일에 착수했다는 오랜만에 듣는 소식이다. 국제 담합의 적발과 제재가 글로벌 통상시장의 핵심이슈로 부상한 지 오래다. 선진국 경쟁당국은 자국산업 보호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 역량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담합을 이유로 1000만달러 이상 벌금을 물린 114개사 중 100개사가 외국기업이다. 사회주의 중국은 원래 경쟁법이 없었지만, 외국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2008년 경쟁법을 도입했다. 한국 공정위가 엉뚱하게도 CD금리 담합 등에 힘을 낭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세계 경쟁당국의 이런 움직임의 최대 피해국은 세계 6위 수출대국인 한국이다. 삼성전자 등 유수 기업들이 이미 수억달러의 벌금을 물었고, 담당 임직원들이 이국에서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이에 비해 한국 공정위의 대응은 미흡하기만 하다. 미국과 일본이 단죄한 D램반도체 담합건을 우리만 처벌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런 곡절을 겪은 끝에 2008년 국제카르텔과가 생겼지만, 역량 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 전문성 확보가 핵심인데도 글로벌 상거래에 정통한 국제변호사조차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최근 국내 법정에서 열린 국제담합 제소건에서 두 번 연속 패소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국제 통상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우리 기업을 특별히 우대할 필요는 없지만,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된다.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는 경쟁법 위반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고스란히 기업 부담으로 돌아온다. 미국 경쟁당국이 무서워 자진신고하고 처벌을 받고서도, 한국 공정위에는 리니언시조차 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공정위의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