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 7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
영국 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25%로 인하했다. 2009년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내린 뒤 7년5개월 만에 인하한 것이다.

BOE는 4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BOE는 필요하다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BOE는 또 자산매입 규모를 앞으로 6개월 안에 기존 3750억파운드에서 4350억파운드로 600억파운드(약 88조20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1년6개월 안에 최대 100억파운드(약 14조6800억원)의 회사채를 사들이는 방안도 내놨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중은행과 건설업계에 저리로 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기준금리 인하에만 그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뛰어넘는 강력한 통화완화책으로 받아들여진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영국 경제가 침체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 분명해진 데 따른 조치라는 평가다.

마크 카니 BOE 총재(사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 전망이 뚜렷이 바뀌었으며 브렉시트 전 위험을 예고한 것과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경기 부양 규모는 늘어날 수 있다”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BOE는 향후 경제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2%로 이전 수준을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2.3%에서 0.8%로, 2018년 성장률은 2.3%에서 1.8%로 낮췄다. 투자 및 소비 악화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인플레이션 전망은 가파르게 높였다. 영국 파운드화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으로 떨어진 탓이다. 인플레이션은 2018년과 2019년 2.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BOE는 가까운 미래에 인플레 목표치를 2%로 돌리는 것은 이득보다 손해가 많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발표되기 전 BOE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카니 총재는 지난 6월30일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영국의 성장률이 몇 달씩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여름에 기준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런던의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BOE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