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엔고(高)가 가속화하고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엔저(低)를 위한 정책 공조에 나서고 있지만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0엔을 돌파할 조짐이다.

3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전날 오후 5시 대비 0.91엔 오른 100.75엔까지 상승했다. 약 3주 만의 최고 수준이다. 금융정책결정회의 전 105엔대에서 불과 사흘 만에 5엔가량 치솟았다.

글로벌 주가 하락과 채권금리 상승으로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진 가운데 안전자산인 엔화로 매수세가 몰렸다. 일본은행이 그동안 이어온 대규모 양적완화를 수정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되고, 미국 경기 둔화로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점도 엔화 강세를 부채질했다.

아소 재무상은 지난 2일 밤 구로다 총재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금융·재정·구조개혁을 총동원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를 가속화하자는 뜻을 재확인했다”며 “그 일환으로 초장기 국채인 40년 만기 국채발행 증액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발행한 초장기 국채를 일본은행이 시장에서 사들이면서 정부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헬리콥터 머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구로다 총재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대두된 데 대해 “그런 것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28조엔대에 이르는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면서 엔화 매수세가 강해지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장기화에 우려를 나타내 엔화 강세를 거들었다.

IMF는 2일 발표한 일본 경제 분석보고서에서 “대규모 양적완화가 길어지면 국채시장 유동성이 더욱 줄어들어 장기금리 급변동 등 금융시스템 불안이 높아질 것”이라며 “추가 양적완화로 인한 이익과 중기적 위험을 신중하게 비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에도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엔화 가치가 조만간 90엔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