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당 대표 후보들이 3일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후보자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병국, 한선교, 주호영, 이주영, 이정현 후보. 연합뉴스
새누리당 당 대표 후보들이 3일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후보자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병국, 한선교, 주호영, 이주영, 이정현 후보. 연합뉴스
3일 오후 새누리당 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열린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은 행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에 3500여석의 좌석이 꽉 찼다. 새누리당 취약지역인 전북에서 32년 만에 열린 합동연설회의 열기도 뜨거웠다. 비가 많이 온 평일임을 감안하면 행사는 크게 흥행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날 합동연설회는 호남·제주권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견발표장이었지만 실제 참석한 당원 다수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 후보자 측 지지자들이었다. 참석자 절반 이상이 지지후보의 이름이 적힌 단체 의상을 맞춰 입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동원된 당원들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45인승 버스 20여대가 행사장 앞 도로 한 개 차선을 차지했다.

정작 초청 대상인 호남(광주·전북·전남)·제주권 참석자는 3분의 1도 안 된 것으로 추산됐다. 호남을 공략한다는 취지가 무색했다.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연설회장을 꽉 채우면서 박수와 야유가 되풀이됐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겐 박수를 보내고 다른 후보에겐 침묵을 지키거나 야유를 퍼붓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에 참석한 당원들은 “행사장에 따라온 사람들에게 금품을 주는 행위는 사라졌지만, 전세버스와 식사 정도의 편의는 제공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200여명의 지지자를 행사장에 동원하기 위해 전세버스 4대와 점심을 제공하면 적어도 500만원 이상 든다. 2004년부터 공직선거법상 모든 선거에서 합동연설회가 폐지됐음에도 당내 선거는 여전히 군중집회식 연설회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이주영 후보는 “계파 패권주의에 기대서 후보 단일화를 할 때냐”고 비박(비박근혜)계 정병국 후보를 겨냥했다. 정 후보는 “친박 패권주의가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되새겨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비주류 후보 중 정병국·주호영 두 후보가 아마 이번 주말 단일화를 할 것”이라며 “단일화한 후보를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주=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