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왼쪽)는 리둥성 TCL그룹 회장과 지난 1일 중국 선전에서 물류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CJ대한통운 제공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왼쪽)는 리둥성 TCL그룹 회장과 지난 1일 중국 선전에서 물류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이 중국 물류기업을 잇달아 사들이며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세계 5대 물류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역 간 거리가 멀어 물류 기회가 많은 중국 시장을 잡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기준 세계 물류시장 17위다. CJ대한통운은 선두권 업체를 빠르게 추격할 전략으로 중국 시장 공략을 택했다.

◆TCL과 손잡고 물류영토 개척

CJ대한통운은 중국 가전업체 TCL과 물류합작 법인을 설립한다고 2일 발표했다. 4억8600만위안(약 811억원)을 투자해 TCL의 물류 자회사 스피덱스 지분 50%를 인수하는 형태다. CJ대한통운과 TCL이 50%씩 스피덱스 지분을 보유하고 공동 운영할 방침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지분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지난 1일 중국 선전에서 체결식을 열었다.

CJ대한통운, 물류 '중국 굴기'
TCL은 한국으로 치면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중국의 유명 전자업체다. TV,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며 연간 매출은 19조원(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스피덱스는 TCL의 각종 전자제품을 수송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오는 31일 지분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 스피덱스는 CJ대한통운의 연결 대상 자회사로 편입된다. 회사명도 CJ스피덱스로 바꾼다. CJ대한통운은 스피덱스를 통해 중국 전기·전자산업 물류 역량을 확보하고 신규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는 체결식에서 “(이번 인수를 통해) 2020년 세계 물류 5대 기업이란 목표 달성에 한걸음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M&A 통해 전 사업군 네트워크 확보

스피덱스 인수는 중국 물류시장 공략을 위한 CJ대한통운의 승부수라는 게 업계 평가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중국에서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06년 상하이법인을 설립하면서 중국에 진출했다. 칭다오, 선전 등 중국에 법인 21개, 지점 16개, 사무소 3개를 두고 있다.

중국 공략을 본격화한 것은 3년 전부터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4월 중국 건설 플랜트 기자재 운송업체 스마트카고(현 CJ스마트카고) 지분 51%를 사들였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최대 냉동·냉장 물류업체인 로킨(현 CJ로킨) 지분 71.4%를 4550억원에 인수했다.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해 건설 플랜트 기자재(CJ스마트카고), 냉동·냉장(CJ로킨), 전기·전자 분야(CJ스피덱스) 물류까지 사업 범위를 넓힌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인프라가 제한적이던 CJ대한통운이 현지 기업을 적극 인수하며 달라지고 있다”며 “현지 물류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물류 컨설팅 능력, 글로벌 네트워크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여기에 인수 기업들이 가진 현지 네트워크 역량을 활용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게 회사 측 기대다. 과거 중국 내 네트워크와 인프라 부족으로 서비스할 수 없었던 물류 영역에 대한 기회가 커질 수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지기업 인수를 통해 전 산업군에 걸친 통합물류 체제를 갖추게 됐다”며 “중국 사업을 빠르게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