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원대 규모의 인터넷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해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 불법 도박사이트 이용자 중엔 연예인과 운동선수들도 다수 포함돼있어 경찰은 승부조작 등을 추가 조사에 나섰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중국·태국 등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온 이모씨(29) 등 10명을 도박개장 및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하고, 수익금 출금 등을 대신하며 조직 운영을 도운 공범 김모씨(48)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씨 등은 2012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4년간 외국에 서버를 둔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4개를 통해 3조원대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2012년 클럽에서 만난 지인에게 인터넷 스포츠 도박이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 수천만원을 들여 중국에 서버를 둔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개설했다. 인천·부천 출신인 그는 자신의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꾀어 사이트 관리책·대포통장 모집책·수익금 관리책(출금, 환전, 이체)·회원모집 홍보책 등 체계적으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었다.

일당이 운영한 ‘명품’, ‘요트’, ‘탑’. ‘맥스’등 4개 사이트는 한 게임당 1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배팅이 가능했다. 이씨 일당은 배팅 금액의 10%를 수익금으로 가져갔고 이중 대부분은 이씨가 가졌다. 판돈 3조원대 불법도박사이트의 예상 수익금은 3000억원 정도다.

이씨는 조직의 화합도모 및 조직원의 이탈방지를 위해 필로폰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을 조직원들에게 나눠주고 투자금 명목의 목돈을 조직원들에게 받아 조직원들의 이탈을 막고 비밀을 유지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조직원들은 등급에 따라 300만원~1000만원 사이의 월급을 받았다.

이씨는 포르쉐 페라리 벤츠G바겐 등 대당 수억원대 고급차 3대를 끌고 속칭 ‘텐프로 클럽’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호화로운 동거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가 거주하던 인천 연희동 아파트에선 고급시계 수십점과 1억2000만원 상당의 현금, 필로폰 대마 엑스터시 등 다양한 종류의 마약이 발견됐다. 그는 50억원 상당의 모텔을 비롯해 일산 파주 등지에 집과 땅 여러곳을 보유하는 등 부동산 재벌로 통했다.

경찰은 총책 이씨의 재산을 최소 2000억원 이상으로 보고 해외 등에 숨겨져있을 것을 추정되는 은닉재산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률은 7~10%”라며 “현재 압수된 100억원대 재산 외에도 숨긴 재산”라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적으로 해당 불법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며 상습적으로 도박을 즐겨온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명단을 확보하고 차례로 소환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승부조작 등 범죄에 연루됐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