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마친 뒤 거리행진을 하고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전국 13개 지역에서 2만8000여명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마친 뒤 거리행진을 하고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전국 13개 지역에서 2만8000여명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연합뉴스
“지난 30여년 동안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파업 때문에 입은 손실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옵니다. 평균 연봉이 9700만원이라는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을 보면 연봉 3000만원도 못 받는 협력사 근로자들은 한숨만 내쉽니다.”

[명분 없는 민주노총 파업] 연봉 2900만원 근로자 울리는 연봉 9700만원의 '이기주의 파업'
경북 경주 문산공단에 있는 현대차 협력사의 김모 대표(58)는 20일 올해도 어김없이 파업에 나선 현대차 노조에 대해 “귀족노조도 이런 귀족노조가 없다”며 격정을 쏟아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원청 노조의 노동운동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협력업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한 현대차, 현대중공업 노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거대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업체에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7.2%(15만2050원) 인상하고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내놓으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다.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19일 1, 2조 각 2시간 △20일 1조 4시간 △21일 2조 4시간 △22일 1조 6시간, 2조 8시간 등 총 26시간의 부분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오는 23, 25일 특근 거부까지 포함하면 총 58시간의 근로손실이 발생해 매출 손실액이 3189억원에 달할 것으로 현대차는 우려하고 있다.

파업으로 현대차 협력사가 입는 피해는 1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청의 파업으로 조업을 중단하거나 납품하지 못하는 데 따른 손실이다. 울산 북구 달천공단에서 내장재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차 1차 협력사의 신모 사장(58)은 “자동차산업은 소재에서 부품에 이르기까지 수천 곳에 달하는 업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부품업체에 돌아가 공장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걱정했다. 부품사의 30%가 몰려 있는 울산에는 1차 42개, 2차 500여개 등 총 542곳에 4만4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협력업체보다 최대 세 배 이상 연봉을 받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도 문제지만, 현대차 노조가 동조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파업 슬로건에 대해 협력사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총파업 요구 조건으로 △노동개악·성과퇴출제 폐기 △노조파괴·공안탄압 중단 △비정규직·교원·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최저임금 일방 의결 규탄 △재벌책임 강화 △사드 배치 반대 등을 내세웠다.

한 협력업체 근로자는 “협력사 직원은 현대차 직원에 비해 3분의 1도 되지 않은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현대차 노조원보다 일을 많이 하면 했지 덜 하지 않는다”며 “현대차 노조는 파업이 끝난 뒤 회사에서 타결 격려금이니 뭐니 하는 성과급과 휴가비를 받아내지만 협력사 근로자는 원치 않는 무급휴일에 수당까지 줄어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논의가 한창임에도 파업에 동참한 현대중공업 노조에 대한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노조원 3000여명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전 조합원 파업(4시간)에 들어갔다. 대형 조선사에 방오(부식 방지)장치를 납품하는 케이씨의 손영태 대표는 “우리 회사를 포함해 중소 협력사 부장이 연봉 5000만~6000만원 받을 때 원청 근로자는 8000만~9000만원을 받았다”며 “그런 호시절 5~6년을 누려놓고 이제는 구조조정을 막겠다고 하니 협력업체 근로자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민주노총 총파업에는 31개 사업장에서 4만6400여명이 참여했다.

백승현/울산=하인식/창원=김해연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