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중국 옌청에서 열린 제15회 환황해경제·기술교류회의 본회의 장면. / 한일경제협회 제공
지난 13일 중국 옌청에서 열린 제15회 환황해경제·기술교류회의 본회의 장면. / 한일경제협회 제공
[ 김봉구 기자 ] 한·중·일이 각자의 강점 분야를 살려 역내 경제교류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국간 경쟁 대신 분업 및 협력 체제를 강화해 장기적으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에 이르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청사진이다.

지난 12~14일 중국 장쑤성 옌청시에서 열린 제15회 환황해경제·기술교류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환황해지역 협력방안 한중일 공동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동아시아 3국의 경제교류 확대를 목표로 2001년 시작돼 15년째 이어온 환황해회의를 매개로 한 차원 높은 새로운 한중일 경제협력 단계로 진입하자는 합의안을 이끌어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경닷컴은 이번 회의를 현지 동행 취재했다.

임호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본부장은 13일 옌청시 영빈관에서 열린 환황해회의 본회의에 발표자로 나서 “3국 협력의 경제협력 거점지역인 환황해지역을 중심으로 역내 경제협력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3국이 윈윈(win-win)하는 공동과제를 발굴해 동아시아 경제통합 기반을 만들어나간다는 취지”라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일경제협회, 일본 큐슈경제조사협회, 중국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은 1년 넘게 공동연구를 진행해 △한국 식품·코스메틱(화장품)·의료헬스 △일본 신재생에너지 △중국 산업단지·전자상거래 등 산업협력 플랫폼을 각각 비교우위를 가진 중점육성 분야로 제시했다.

임 본부장은 “정량 데이터 분석과 정성 분석, 10여 차례의 현지조사를 통해 얻은 결론”이라면서 “3국 기업간 매칭(matching), 기술표준 획득, 현지화 작업, 안전성 확보 등 시장 확대 노력을 통해 한중일 산업 내 분업의 잠재력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은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해상풍력과 해양에너지에 포커스를 맞췄다. 서해를 둘러싼 지역 특성에 알맞은 계획이라는 평. 한국(전남)과 일본(사가현·나가사키현), 중국(장쑤성) 해상에 각각 실제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경우 환황해지역에 경제기술개발구 58개, 국가급 개발구 11개, 첨단기술개발구 40개가 몰려있다. 이처럼 동부 연안 산업단지가 활성화된 점에 착안해 산업단지와 전자상거래, 무역투자 등 협력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지난 13일 중국 옌청에서 열린 '환황해경제·기술교류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인사말 하는 조영태 산업통상자원부 실장(왼쪽)과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한일경제협회 제공
지난 13일 중국 옌청에서 열린 '환황해경제·기술교류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인사말 하는 조영태 산업통상자원부 실장(왼쪽)과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한일경제협회 제공
공동연구 보고서는 한중일이 환황해지역 공동으로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3개국 산·학·관이 참여하는 환황해회의를 협의 채널로 활용해 비관세 조치 등 실질적인 역내 협력을 이끌어낼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이 지역 상품박람회 및 투자·무역 정상회의 신설도 제안했다.

이는 신산업 분야 고부가가치 시장을 겨냥한 수준 높은 3국간 경제협력 필요성이 반영된 것이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제도적 인프라와 플랫폼을 토대로 한 지역블록 경제통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새 협력모델이다.

한국 대표로 참석한 조영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조사실장도 상호개방을 통한 자유무역 확대, 신성장 산업 분야로의 경제협력 강화, 한중일 기업간 협력을 통한 제3국 공동진출 등 다양한 협력방안의 가능성을 화두로 던졌다.

같은날 앞서 열린 환황해 비즈니스포럼 인사말을 맡은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상근부회장 역시 “한중일이 함께 역내 인프라를 튼튼하게 정비함과 동시에 서로의 비교우위를 살려나가는 협력방안 도출이 핵심”이라며 “그 과정에서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해 동아시아의 높은 발전 잠재력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옌청=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