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호안 미로의 '가우디를 위한 모형 Ⅷ'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호안 미로(1893~1983)는 현실에서는 볼 수 없지만 생생하고 영롱한 상상의 세계를 다양한 기호와 색깔로 화면에 옮겼다. 피레네산맥과 지중해가 인접한 카탈루냐주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그는 스승인 프란시스 갈리를 통해 근대 건축의 선구자인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을 만났다. 자연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세상을 꿈꾸던 미로에게 가우디의 건축예술은 엄청난 감동이었다. 미로가 1976년부터 ‘가우디를 위한 모형’ 시리즈를 제작해 1979년까지 작업한 이유다.

다리, 개미, 벤치, 분수대 등을 다채로운 기호로 압축한 이 그림은 가우디를 오마주한 작품 중 한 점이다.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을 산책하며 느낀 감성을 콜라주 기법으로 형상화했다. 커다랗게 그려진 숫자 ‘8’ 모양은 개미를 은유한다. 개미 안에는 빨간색의 동그란 눈과 알쏭달쏭한 기호를 그려 천진난만한 미감을 더했다. 부리부리하고 커다란 눈은 태양, 영혼, 깨달음을 상징한다. 절제된 감성으로 이미지를 파편화하고, 자유분방한 원색을 덧칠한 화면에서는 부싯돌처럼 야릇한 빛이 새어 나온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