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평택 이전, 반대 시위로 42개월 지체…제주 해군기지, 외부세력 개입으로 14개월 표류
군사시설을 비롯한 주요 국책사업이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반대로 공사가 지연돼 공사비 증가 등 엄청난 유무형의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 사례가 적지 않다. 정치권은 조정은커녕 늘 갈등과 반목을 부추겼다.

총 사업비 1조765억원이 투입된 제주 민군복합항(해군기지 포함) 건설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핵심 수출입 해상로를 보호하고 중국과의 해양 경계선 분쟁 시 신속한 대응 차원에서 제주 기지 필요성이 제기됐다. 군당국은 2005년 3월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제주 강정마을에 2008~2014년 구축함과 잠수함 등 20여척이 정박할 부두시설을 포함한 12만평 규모를 개발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사는 더뎠다. 평화와 환경 이름을 앞세운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강정마을 민심은 갈렸다. 공사는 14개월이 지연돼 지난 2월 준공식을 했다. 공사 완료 뒤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지역사회의 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공사비 가운데 약 40%인 4000여억원이 지역 건설업체로 돌아갔다. 생산유발 효과는 1056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1248명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주한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과정에서 벌어진 시위는 ‘반미(反美) 정치투쟁장’이 됐다. 2003년 4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합의로 시작된 기지 이전 사업은 용산과 의정부, 동두천에 주둔 중인 미군 주력부대를 평택으로 옮기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의 반대로 사업은 3년6개월가량 지체됐다. 평택기지 반대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 손실은 537억원으로 추산됐다(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발표).

KTX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천성산 터널공사는 “늪지 파괴로 도롱뇽 서식지가 없어지고, 지하수도 고갈될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반대로 1년4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 뒤 오히려 더 많은 늪이 형성됐고, 도롱뇽의 서식지도 보존된 것으로 확인됐다.

갈등이 심한 주요 국책사업을 차기 정부로 미루는 정부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 문제다. 정부는 지난 5월 향후 12년에 걸쳐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를 확보한 뒤 2035년까지 중간저장시설, 2053년께 영구처분시설을 짓겠다고 했다. 후보지였던 굴업도, 안면도, 부안에서 격렬한 시위가 잇따르면서 방폐장 건설은 지연돼왔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