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에게 연 300만원 한도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노란우산공제’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세(稅)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2007년 도입된 제도지만 소기업·소상공인(업종별 연 매출 10억~120억원)이면 소득 규모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도의 허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국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소득공제 혜택을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 위한 '노란우산공제', 의사·변호사·세무사도 세혜택 '편승'
◆소득공제 혜택 노린 가입자 급증

17일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노란우산공제의 총 납입액은 4조3013억원, 가입자 수는 68만5408명이다. 2014년 말 대비 각각 39.3%, 48.0% 급증했다. 노란우산공제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가입자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연 3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받는다. 연 2.6%(2015년 기준)의 복리와 파산 시 납부액 압류 불가 등 안정성도 가입자를 모으고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중기중앙회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소득공제 한도를 300만원에서 600만원 정도로 올려달라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요구 중이다. 세제 혜택을 늘리는 게 가입자를 모으는 데 가장 효과적이란 판단에서다. 일부 국회의원도 이 같은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 전문직 배불려

영세 자영업자 위한 '노란우산공제', 의사·변호사·세무사도 세혜택 '편승'
반론도 나온다. 노란우산공제의 소득공제 한도 확대가 고소득 자영업자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란우산공제는 가입자의 소득 제한이 없기 때문에 전문직 등 고소득 자영업자 상당수가 가입하고 있다. 2012년 말 기준 종합소득 연 1억원 이상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21.2%인 4만7625명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 9월 기준 의사 약사 세무사 법무사 등 9대 전문직 5만5800명이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공제 한도를 3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올리면 추가 납입 여력이 있는 고소득 전문직 가입자에게만 세제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다. 지금도 종합소득 1억5000만원 이상 고소득 가입자가 월 25만원씩 연 300만원을 내면 한 해 세금 125만4000원(300만원×소득세율 41.8%)을 절감할 수 있다. 한도를 600만원으로 올리면 세금 절감액도 250만원으로 증가한다.

◆가입 제한 요건 추가해야

이 때문에 고소득자 가입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세 자영업자를 생계 위협에서 보호한다’는 노란우산공제의 목적을 감안할 때 고소득 전문직 가입자에게까지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론 주점, 무도장, 도박 등만 적시하고 있는 ‘가입 제한 업종’ 목록에 의료, 법무, 세무 등을 더하거나 ‘종합소득 1억원 이하’ 등 소득 요건을 가입 제한 요건에 추가하는 것이 꼽힌다.

기재부와 국세청 등 세제당국은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엔 소극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 허점 때문에 고소득 가입자가 증가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자영업자 대상 공적보험이란 성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자를 제한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돈을 많이 벌고 있는 가입자가 10~20년 뒤에도 고소득을 올릴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가입을 제한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300만원을 600만원 정도로 올려달라는 중기중앙회 요구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소득 가입자들은 현행 한도인 300만원을 대부분 못 채우고 있다”며 “600만원으로 올렸을 때 혜택이 집중되는 건 고소득 가입자들”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