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업 안전지대'를 꿈꾼다] '울산병'은 없다…첨단 과학·녹색 입혀 '안전허브도시'로
울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제1의 산업도시다.

50년 전 생산공장이라고는 젤리의 소재인 한천(寒天)을 만드는 삼양사 하나밖에 없던 울산이 지금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세계 굴지의 대기업이 몰려 있는 ‘산업 메카’로 변모했다. 울산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4년 기준 69조5484억원으로 2013년(68조3477억원)대비 1조2007억원(1.8%) 증가했다. 전국의 4.7%를 차지한다. 1인당 GRDP는 6110만원으로 전국 평균 2944만원의 두 배를 넘어선다. 1인당 개인 소득도 1955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인구 120만명 도시로는 세계 산업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드문 놀라운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재해에 신음하는 울산

[울산 '산업 안전지대'를 꿈꾼다] '울산병'은 없다…첨단 과학·녹색 입혀 '안전허브도시'로
하지만 울산은 심각한 ‘울산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울산은 과거 공업화 50년 만에 이룬 자동차·석유화학 부문 전국 1위, 조선해양 세계 1위의 저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 100년 도약을 준비할 계획이지만 산업시설과 생산인력 노후화에 따른 피로도 누적으로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울산시가 최근 5년간 공단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한 달 평균 3.4건꼴로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올 들어서도 현대중공업 등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다섯 명이 숨졌다.

[울산 '산업 안전지대'를 꿈꾼다] '울산병'은 없다…첨단 과학·녹색 입혀 '안전허브도시'로
울산국가공단에는 유해화학물질 및 초대형 유류·가스 저장시설이 밀집해 작은 사고에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울산국가공단의 연간 위험물질 취급량은 1억602만t으로 전국의 29.1%를 차지한다.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초산, 황산 등 138종의 유해화학물질, 가스 등이 들어 있는 초대형 저장탱크도 1700여기에 이른다. 지하에 매설된 화학관로와 가스관로, 송유관 등의 통합 관리도 시급한 현안이다. 자동차와 조선업 발달로 일자리가 많아 지난 30~40년간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된 울산은 출산율 저하와 정년퇴직자 증가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울산이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년으로, 전국 평균인 26년보다 무려 11년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울산발전연구원은 ‘고령화사회 도래에 따른 울산의 대응방안’ 연구를 통해 울산의 생산가능인구가 2010~2040년 26.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평균(21.3% 감소)보다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 전망대로라면 2010년 101만9000명이던 울산의 생산가능인구는 2040년에 75만1000명으로 줄어든다.

이 중심에는 울산 지역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있다. 이들은 향후 10년 동안 최대 12만명이 퇴직할 전망이다. 산업현장의 급속한 고령화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은 2011년 전국 처음으로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연 영광을 뒤로한 채 4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2012년 972억달러, 2014년 924억달러, 2015년 729억달러로 주저앉았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3대 주력 산업 덕분에 거칠 것 없는 번영을 이뤄온 울산이 이제는 새로운 미래 100년을 향한 먹거리를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산업안전에 첨단 과학 입혀 새로운 도약

김기현 울산시장은 최근 울산시청에서 열린 민선 후반기 기자회견에서 “50년을 먹여 살린 중화학공업에 첨단 과학과 녹색안전을 입혀 1인당 소득 10만달러가 넘는 인구 200만명의 초일류 창조 경제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를 위한 핵심 추진체로 글로벌 안전허브도시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2018년을 목표로 유엔 방재안전도시 인증과 원전 방사능 방재능력 강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술을 활용한 재난 예·경보 시스템 구축 등으로 울산형 국가산단 안전관리 마스터플랜을 완료하겠다는 게 핵심 전략이다. 김 시장은 “울산의 산업화 모델은 수출 드라이브 정책과 도전적인 기업가정신, 여기에 시민들의 ‘기업 프렌들리’가 융화합해 이뤄진 세계사에 유례 없는 걸작품”이라며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산업공단에 첨단 과학을 입혀 경제 도약의 새로운 창조경제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