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P500지수와 다우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 중개인들이 14일(현지시간) 주식매매 주문을 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미국 S&P500지수와 다우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 중개인들이 14일(현지시간) 주식매매 주문을 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시작된 유동성 장세가 신흥국으로 옮겨붙는 조짐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유지되는 이들 국가의 통화완화 정책에 따라 풀린 돈이 신흥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한때 패닉을 불렀던 브렉시트 결정이 이젠 오히려 글로벌 시장을 띄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브렉시트 불확실성 걷히자…신흥국으로 옮겨붙는 유동성 장세
신흥시장으로 돌아오는 투자금

국제금융협회(IIF)는 14일(현지시간) 낸 7월 보고서에서 2분기 신흥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1120억달러로 1분기 480억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의 2.4배에 이르는 3800억달러가 몰리면서 연간 기준으론 5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IIF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이 다시 돈풀기에 나서면서 고수익을 노린 돈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등 자금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불확실성 걷히자…신흥국으로 옮겨붙는 유동성 장세
IIF는 올 한 해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유입되는 자금보다 많겠지만 순유출 규모는 3500억달러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발표한 5000억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신흥국별로는 중국이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중국에서 유출되는 투자금은 올해 42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IIF는 예상했다. 지난해는 675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상반기 순유출 규모는 2270억달러로 지난해 하반기의 약 절반에 불과했다.

금리인상 위협 줄어들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0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다음번 금리인상 시기로 12월을 꼽은 비율이 절반에 달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7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3분의 1에 달했다. 9월을 꼽은 비율도 30%였다. 반면 이달 조사에서는 브렉시트 결정 여파로 12월 단 한 차례 올리는 데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대폭 늘어났다고 WSJ는 분석했다.

글로벌 금리정책을 선도하는 Fed 내부에서도 경기 안정을 중시하는 ‘비둘기파’가 늘고 있다. 지난해 조기 금리인상을 주장한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브렉시트가 Fed에 인내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이 맑아질 때까지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브렉시트 여파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줄어든 금리인상 위협은 주가를 밀어올렸다. 뉴욕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유동성 장세를 이어갔다. 이날 다우지수는 132포인트 오른 18,506.41을 기록해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지수도 2163.70까지 오르며 나흘 연속 최고치 경신행진을 벌였다.

안전자산 가격 급등도 원인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선진국 경제가 평균 1.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9%보다 낮아졌다. 이와 달리 신흥국 성장률은 올해 3.8%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내년에는 4.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 관계자는 “선진국 중 가장 사정이 좋다는 미국의 경제회복 속도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만하다”며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신흥시장에 더 좋은 투자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 국채 금리가 대부분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도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세계 국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3조달러어치가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면서 한 푼이라도 수익을 더 내야 하는 투자자들이 펀더멘털(기초여건)이 튼튼한 신흥국에 다시 돈을 넣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