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나만의 재단'을 디자인 하세요
기부도 은행에서 예·적금에 가입하듯이 손쉽게 하고, 기부자의 마음까지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공익신탁은 이 같은 고민에 해법이 될 수 있다.

공익신탁은 금전 등의 재산을 은행 등 금융회사나 공익단체에 신탁해 장학, 사회복지, 체육, 학술, 문화, 환경 등 공익 목적에 사용하도록 하는 기부 방법이다. 위탁자(기부자)와 수탁자(은행 등) 간 신탁계약만으로 손쉽게 다양한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익신탁은 그동안 신탁법 내 몇 개 조문에 머물러 유명무실하게 운영된 공익신탁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2014년 3월18일 공익신탁법을 제정하면서 주목받았다. 기존 대상 사업에 따라 주무관청이 달랐던 문제는 법무부로 일원화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도록 했다. 기부자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다만 세제 혜택 확대 등 정부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은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공익신탁의 가장 큰 특징은 기부자가 자신이 원하는 기부를 손쉽게 설정해 적은 비용으로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부자가 기부 의사를 갖고 은행 등에 돈을 맡기면 수탁기관이 이 돈을 운용, 수익금을 조성해 기부자가 지정한 공익사업에 투자한다. 일반적인 공익법인 설립보다 관리비용이 현격히 줄어든다. 재단법인 등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사무실 임대료나 인건비 등 통상 전체 기금의 5~30% 정도의 운영 경비가 필요한데, 이 같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공익신탁은 출연 재산의 규모 및 활용 등도 위탁자가 결정하며, 소규모 자금으로도 공익신탁이 가능하다. 모금형 공익신탁은 불특정 다수의 소규모 출자를 모아 자산가의 거액 출연과 맞먹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청년희망펀드’는 위탁자 9만3124명이 401억여원의 신탁재산(6월16일 기준)을 모았다. 법무부 전 직원의 급여 중 1000원 미만의 금액을 신탁하는 ‘법무부 천사 공익신탁’은 2만명이 넘는 직원이 참여해 1억8545만원의 신탁재산을 마련,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난민과 수용자 가족을 돕는 데 쓰고 있다.

아동학대 피해 어린이를 지원하는 데 쓰일 ‘법무가족 파랑새 공익신탁’은 9013명이 동참해 1억2000만원이 넘는 돈을 모았고, 독립유공자 후손의 생계비 및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광복 70주년 나라사랑 공익신탁’에는 배우 유동근 씨 등 위탁자 68명이 189억원의 원금을 설정해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지원사업을 할 예정이다.

국제구호 전문가이자 오지 체험을 다룬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이라는 책으로 ‘바람의 딸’로 불리는 한비야 씨는 ‘한비야의 세계시민학교 공익신탁’을 개설했다. 2007년 50명으로 시작해 50만명으로 학생 수가 훌쩍 늘어난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를 지원하는 공익신탁인데, 한씨는 교장을 맡고 있다.

가수 이승철 씨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교육과 치료를 돕는 리앤차드(Lee&Chad)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팬들도 쉽게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승철의 희망 리앤차드 공익신탁’을 설립했다.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나 지점을 통해 공익신탁을 설립한 일반 고객도 있다. 기업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는 이모씨는 국내에도 구글이나 애플 같은 혁신적인 기업과 이를 이끌 인재가 나와야 한다는 소신으로 지난해 12월 ‘혁신기업가 기금 공익신탁’을 설립했다.

위탁자들의 꿈을 담은 공익신탁도 있다. 비영리단체인 ‘코리아 아이스하키 후원회’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본선 자동 출전권을 부여받은 남녀 국가대표 아이스하키선수단을 후원하기 위해 모집하는 ‘코리아 아이스하키 사랑 공익신탁’을 꼽을 수 있다. 한국 땅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만큼은 반드시 1승을 거둬 희망을 키워 나가겠다는 것이 ‘코리아 아이스하키 사랑 공익신탁’을 후원하는 아이스하키 팬 248명과 선수단의 염원이다.

한용섭 한경머니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