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Attractive Korea'가 더 급하다
“북핵(北核)보다 더 무서운 게 저출산”이라는 말이 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과장(誇張)이 아니다. 세계 최하위 수준인 한국 가임여성의 합계출산율(2010~2015년 평균 1.23명)이 이어질 경우 한국의 인구는 2100년에 1000만명 이하로 줄어든다. 2305년에는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판이다. 2800년에 가서야 멸종될 일본인(현재 인구와 합계출산율로 예상)들을 부러워해야 할 지경이다.

저출산·인구 감소의 재앙이 우리 사회에 ‘분명한 진행신호’를 보낸 지 오래다. 1971년 100만명을 넘은(102만4773명) 출생아 수(數)가 자식 세대인 2002년생은 50만명 이하(49만2111명)로 떨어졌다. 작년엔 43만명 수준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저출산 파고(波高)는 보육교사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데 이어 초·중·고등학교 교사, 대학교수들까지 상당수를 거리에 나앉게 할 것이다.

저출산과 그로 인한 인구 고령화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초토화시켜 나갈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국의 산업현장이 지금 수준의 생산을 유지하고, 생산가능인구(15~64세)와 노인 간 인구비율을 4 대 1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 국내 거주 인구의 46%를 외국인으로 채워야 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와 있다.

이렇게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책들이 쏟아져 나온 지도 오래다. 국회에서도 초당적(超黨的)으로 입법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어젠다 2050’ 등 의원 연구모임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효과 검증 없이 “내놓고 보자”는 식의 정책과 제도가 너무 많다. 만 3~5세 유아에게 전원 무상보육을 제공하는 ‘누리과정’은 재원(財源)을 놓고 여야와 중앙·지방정부 간 정쟁만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돈을 들여 육아를 지원한다고 해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까. 사람들이 세상 살맛 난다, 즐겁다고 느끼면 그냥 놔둬도 알아서 아이를 더 많이 낳으려고 할 것이다.”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직설화법이긴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를 별로 고민하지 않는 나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민(移民)에 의해 세워졌고, 지금도 이민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그렇다. 출산율도 한국 일본과 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넉넉한 국토와 자원, 확고한 법치(法治)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살 만한 환경’을 갖춘 덕분이다.

한국도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출산·육아·보육 지원 정책만으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온전히 찾을 수 없음을 숙고(熟考)하고 인정할 때가 됐다. ‘살고 싶은 나라, 매력 있는 나라’로 가꿔나가는 게 근본적인 인구 감소 해결책임을 새길 때가 됐다.

인구 감소 해법으로 외국인을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꽤 됐다. 우수한 외국인들을 받아들여 한국인화(化)하고, 이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이민청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도 오래다. 한국 못지않은 순혈주의 국가로 꼽혀 온 일본은 이민수용 정책에서 한국을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향후 50년 이내에 1000만명의 이민을 받아들인다는 정책을 공식화했고, 귀화 외국인들을 장관 등 고위직에 앉힌 지도 꽤 됐다.

‘매력 있는 나라’가 되지 못한다면 내국인들의 출산 포기를 야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을 끌어들여 활용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에서도 뒤처질 게 뻔하다. 어떻게 해야 ‘매력 있는 나라’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 큰 그림을 그리고 구석구석 문제들을 서둘러 챙겨나가야 할 때다. 난데없이, 방향성을 알 수 없는 ‘Creative Korea’를 새로운 국가 브랜드로 내놓아 ‘국정철학 부재(不在)’ 논란을 일으킨 정부가 걱정스런 이유다.

이학영 기획조정실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