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연말정산 세금폭탄’이라는 여론에 밀려 조세 정책을 후퇴시킨 장본인이다.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너무 많아진 책임도 정부에 있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세 정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 법을 통과시키는 국회부터 정작 소득세 감면 규정 정비에 소극적이다. 오히려 ‘표심’을 의식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되레 세금을 깎아주는 선심성 법안을 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세금을 내는 근로자 수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보고했다. 2014년 48.1%까지 급증한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정부는 당시 표준세액공제 축소, 근로소득 최저한세 신설 등을 통해 면세자 비율을 10~20%포인트 축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놨지만 지난해 세법 개정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대신 기재부는 9월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방향’을 통해 “소득세 과세기반 확충을 위해 비과세소득 및 각종 공제제도를 정비하고 소득 수준에 따른 적정 세부담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원칙만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내 소득세 개편 방안을 담은 용역 보고서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제도 개선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며 “국민적 반발이 클 수 있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제도를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도 소득세 인상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정치권은 소득세를 깎아주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올해 말 일몰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4건이 제출됐다. 3년 연장부터 일몰 폐지까지 기간만 다르다. 중소기업에서 5년 이상 일한 사람에게 소득세액의 10~25%를 감면해주는 조세특례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납세자 비율이 줄어들면 국민의 납세의식과 재정책임이 낮아진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을 설득해 합리적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