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OECD 주목 창조경제, 성장력 회복의 견인차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겠다는 브렉시트(Brexit)의 충격이 세계를 강타하던 시점에 지구촌 다른 한 곳, 멕시코 칸쿤에서는 국가 간 경계를 넘어 지식·정보·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촉진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2008년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서울 장관회의’ 이후 처음 열린 이번 ‘OECD 디지털 경제 장관회의’에서는 지난 8년간의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확산이 향후 세계경제와 각국 경제, 사회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각국 정부와 기업, 국제기구와 학계에서 온 1200여명의 참가자들은 2020년까지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계 인구수가 30억명에서 45억명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수도 500억개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등 디지털 경제의 근간인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문명사적 전환을 맞이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이런 맥락에서 장관회의에 참가한 53개국 정부 수석대표들은 디지털 경제를 통해 세계가 혁신, 성장 그리고 사회적 번영을 이루는 데 필요한 미래지향적인 정책 추진과 국제 공조의 의지를 담은 ‘칸쿤 선언문’을 채택했다. 회의에 참가한 여러 국제기구와 기업 대표들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한국은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확산을 위해 필요한 전략과 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이번 장관회의에서도 많은 참가국이 한국이 거둔 성과와 이를 가능하게 한 방법론을 주목했다. 프랑스, 캐나다, 멕시코, 뉴질랜드 장관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 EU 디지털싱글마켓 부위원장과 한 양자면담에서 이들 모두가 한국의 국가 발전전략인 창조경제의 비전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방식 및 성과에 큰 관심을 보였다. 불과 2년여의 짧은 기간에 1000여개의 창업기업 육성과 2400여억원의 투자유치 같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각국 대표들로부터 디지털 경제의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받았다. 특히 프랑스 장관과 EU 부위원장은 올가을 한국을 방문해 이런 성과 현장을 둘러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우리의 창조경제는 지난해 10월 대전에서 11년 만에 열린 OECD 과학기술 장관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창조경제를 독일, 핀란드의 발전전략과 함께 우수한 국가 혁신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코스타리카의 장·차관과 함께 대전·경기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센터 설립 및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아 작년 10월, 수도 리야드에 사무실을 개소했고 올해 말에는 독립형 센터 건물도 완공할 예정이다.

오늘날 지구촌의 가장 큰 과제는 ‘성장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유가, 저금리 환경 아래에서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간의 성장도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반을 둔 디지털 경제가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경제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혁신의 힘이 앞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은 아날로그 경제의 발전을 이끈 산업혁명을 뒤늦게 경험했지만 체계적인 경제발전 정책 추진과 새마을운동과 같은 범국가적 혁신을 통해 주요 20개국(G20)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저력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디지털 경제 혁명,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우리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한마음이 돼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양희 <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