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호 '젊은 신세계' 전략 통했다
신세계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이후 백화점 부문을 전담하고 있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사진)이 올해 선보인 사업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연초 새단장한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은 매출이 급증했고, 지난달 23일 문을 연 경남 김해점은 2주 만에 26만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매장 인테리어와 브랜드 구성에 관한 정 사장의 역량이 젊은 층을 신규 고객으로 끌어모으고 있다는 평가다.

◆강남·센텀시티·김해점 성과

김해점은 개점 첫 주말에 13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도권 유력 점포인 신세계백화점 경기점과 비슷하고, 서울지역 점포 중에서 영등포점 매출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방 점포 특성상 고가 화장품과 의류보다는 중저가 제품이 주로 팔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25만원대 수입 화장품과 50만원대 재킷이 인기를 끌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정유경호 '젊은 신세계' 전략 통했다
강남점과 센텀시티점은 증축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월26일 확장해 문을 연 강남점은 지난 7일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다. 약 4개월간 구매 고객 수가 700만명에 이른다. 3월3일 재개점한 센텀시티점은 스파랜드, 아이스링크, 골프레인지, 영화관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확충해 고객을 모으고 있다. 넉 달간 구매 고객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

◆젊은 고객 모으기 주력

올해 새 모습을 보인 3개 점포가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는 데는 정 사장 특유의 감각적인 매장 구성 등이 젊은 고객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분석하고 있다.

강남점은 4개의 전문관과 지하에 있는 길거리 패션 전문관 ‘파미에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젊은 고객을 대거 끌어들였다. 증축 전 6.3%에 불과하던 강남점의 20대 매출 비중은 증축 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10.1%로 두 배가량 성장했고, 젊은 엄마가 주 고객인 생활전문 편집매장 ‘신세계 홈’과 아동 전문관 ‘리틀신세계’는 관련 카테고리 매출을 각각 34%, 46% 끌어올렸다. 김해점도 20~40대가 주 고객이다. 전체 매출 중 20~40대 구성비가 76%에 이른다.

인테리어도 정 사장이 백화점 부문을 맡은 뒤 고급스러워졌다는 평가다.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와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에서 공부한 정 사장은 해외 각지를 돌아다니며 유럽 건축 양식과 내부 인테리어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내부에 회전그네 등 예술품을 설치한 것도 정 사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안착 여부 관건

5월에 개점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성공적인 안착은 정 사장의 당면 과제로 꼽힌다.

신세계면세점은 하루 평균 6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비슷한 시기 문을 연 다른 신규 면세점보다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연매출 목표인 1조~1조5000억원을 넘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 3대 명품 입점도 확정짓지 못했다. 근처에 있는 국내 1위 면세점 점포인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다음달 말 증축을 끝내면 신세계면세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급감할 가능성도 있다. 회사 측은 8월 말 온라인 면세점이 문을 열면 매출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 면세점은 정 사장이 성과를 내고 있는 김해점, 강남점, 센텀시티점 운영에 비해 경쟁 강도가 강한 사업”이라며 “면세점 사업 성공 여부가 정 사장의 경영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