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저임금, 정부가 주도해 결정해야
최저임금은 매년 결정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처분 소득 증대로 이어져 내수를 진작하는 긍정적인 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현실은 최저임금 인상의 이런 경제적 효과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이 시작되면 노사 대리인들은 높은 인상률을 제시하지만 실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결정해 왔다.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협의에서 노동계의 최초 인상률 요구안은 79.2%, 2017년 최저임금을 정하는 올해는 65.8%다. 이전 10년간은 21~35% 인상안으로 출발했다. 경제단체는 십수년간 ‘동결’로 대응했다. 이처럼 노동계는 일단 인상률을 높여 최저임금 협상을 시작하는데 정치권의 훈수가 더해지면서 인상 기대치는 더욱 부풀어 오른다. 올해엔 ‘시급 1만원’처럼 휘발성이 높은 구호성 인상목표까지 등장했다.

이런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기대가 높기 때문에 노사를 대변하는 협상대리인이 엄청난 부담을 안는다. 그 때문에 사실상 공익위원들에게 자신의 숙제를 떠넘기게 된다. 경제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공익위원들은 노사 모두의 기대에 못 미치는 인상률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의 반복은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최저임금의 원초적 목표는 미숙련 근로자들의 최저생계비 보장에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은 미숙련 근로자를 숙련 근로자로 대체하는 효과도 있다. 인상률이 잘못 설정되면 미숙련 근로자에 대한 최저생계비 보장은커녕 그들의 일자리 상실이란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미숙련 근로자는 비정규직, 저학력자, 여성, 고령자 등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최저임금은 총소득이 높은 대기업 생산직에도 영향을 준다. 잘나가는 제조업체의 생산직 임금 중 수당과 상여금이 제외된 최저임금 해당 시급이 최저임금액보다 밑돌면 이 부문이 임금 인상을 견인해 저임금층과 격차가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정규직, 여성, 고령자, 중간소득계층 등의 일자리에 어떤 변화와 문제가 발생하는지 심층적·과학적 조사 분석이 필요하고, 이를 기초로 인상률을 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국내에서도 미국의 ‘카드 & 크루거’ ‘뉴마크 & 와셔’의 논쟁을 인용한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최저임금의 완만한 상승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이지 올해 한국의 상황처럼 65%나 되는 인상률을 놓고 논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주요 선진국의 최저임금 결정은 심의회 방식으로서, 주로 정부 주도로 결정이 이뤄지고 노사 의견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충분히 수렴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국도 심의회 방식이기는 하나, 노사 위원은 마치 사업장 임금교섭과 같이 성과물을 나누는 것처럼 협상으로 결정하려 한다. 이 때문에 협상 전략상 높은 인상률을 제시해 매년 소모적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섭형태의 최저임금 결정을 다른 참여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액을 높이고 보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질뿐더러 기대심리만 높여 결정을 더 어렵게 한다. 답답한 점은 이해되지만 수십년간 동결을 제시한 경제단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과학적이고 치밀한 실증분석과 검토가 이뤄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상희 <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노동법학 lsh2008@kp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