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원희룡 제주지사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제주 서울본부에서 인터뷰를 하고 도정 현안과 대선 출마·개헌을 비롯한 정치 분야, 미래 비전 등에 대해 견해를 소상하게 밝혔다. 제주 땅값 급등 문제에 대해선 억울함을 나타냈다. 자신이 지사직을 맡기 이전부터 나타났던 현상이고, 취임 뒤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제주도를 중국에 팔았다”는 등 자신이 마치 제주 땅값을 올린 주역처럼 얘기되는 것은 오해라고 했다.

원 지사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직 도지사이기 때문에 도정에 전념한다는게 내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새누리당)과 정치권 자체가 워낙 시대적인 과제 및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중구난방이기 때문에 (대선과 관련한)국가적 토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다소 모호한 답을 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가 등 미래 비전과 관련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사직 2년 하셨는데 그동안 어떤 분야에 역점을 뒀나.

“제주도니까 제주의 근본 자산인 환경 문제에 역점을 뒀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보존할 것인가에 공을 들였다. 난개발 방지와 청정 자연을 더 값어치 있게 하는 게 우선이었다.”

▷최근 교통체계 개편을 했다. 차량총량제와 트램(일반 도로에 깔린 레일 위를 달리는 노면 전차) 추진 배경은 무엇인가.

“제주가 좋은 게 많은데 인구와 관광객이 늘면서 불편한 것이 많아졌다. 성장을 가로막는 첫번째가 부동산 값이고 둘째가 대중교통 문제다. 마지막이 자원순환과 쓰레기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필요해 손을 댄 것이다.”

▷재원조달방안이 있나.

“당장 광역도로망을 구축하는 등을 빼고 3000억원을 잡았다. 3~4년동안 조달이 가능하다. 신교통수단이나 제2공항을 연계한 광역교통망과 대형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재원조달 문제가 다시 거론돼야 하는데 국고 지원과, 민간자본 유치, 채권발행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제주도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성과가 있나.

“이거를 특히 강조해서 써 주기 바란다. 2010년 제주도에 5억원 이상 부동산을 구입한 외국인에게 거주비자(F-2)를 발급해주고, 5년간 유지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땅을 사자는 열풍이 불었다. 대형 토지를 사서 분양하는 일종의 기획부동산 방식이었는데, 내가 2014년 취임한 뒤 강력하게 제동을 걸었다. 농경작지도 실경작자 외에 모두 환수하는 등 제동을 걸었다.”

▷카지노 허가 문제는 어떻게 할 예정인가.

“중국 자본이 카지노를 노리는데, 기존 면허를 사고 파는 것은 몰라도 신규는 제동을 걸 방침이다.”

▷지사로서 규제 문제에 대해 애로점이 없는가.

“제주는 환경 처럼 규제를 강화할 부분이 있고 풀어야 할 규제도 있다. 관료들의 기득권과 부처칸막이에 막혀 있는 규제가 적지 않다. 제주도는 전기차를 아주 공격적으로 보급하고 있는데 번호판 규제를 비롯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가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전기자전거를 타려면 원동기 면허를 따야 한다. 또 번호판을 기존 번호판과 다른 번호판을 달수 있게 하자 했는데 한참 걸리고 있다.”

▷탄소없는 섬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성과가 있나.

“초창기니까 전세계의 주목을 끌고 정부당국의 정책의지에 불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전력이나 배터리 업체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주력업체들이 상당히 미온적이다. 또 테슬라가 치고 나오니 ‘이제 테슬라 차가 나오면 사겠다’는 사람도 있다. 렌트카로 돌려서 환경부·산자부와 긴급 처방하고 있다.”

▷제주도정 성공사례 중 대한민국 전체에 적용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정책은 무엇이 있나.

“전기차와 에너지 신사업이다. 공기업 투자는 철저히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과 함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주도가 앞서갈 수 있게 에너지와 IT(정보기술) 인력 양성과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치관련 질문을 하겠다. 정치에 뛰어든 목적과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과거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했고 그 이후 민주화가 되면서 권리도 신장됐지만 갈등구조도 많다. 미래산업과 통합정치를 국가의 지속가능한 모델로 삼아 선진국에 올라서도록 하기 위해선 막힌 곳을 풀어야 한다. 나 같은 60년대생 베이비붐 세대로서의 책임감과 국가발전 모델에 대한 고민이 책임감의 원천이다.”

▷내년 대선에 출마할 건가.

“현재로는 현직 도지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일정으로 놓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과 정치권 자체가 워낙 시대적인 과제와 방향에 대해 중구난방이기 때문에 (대선과 관련한)국가적 토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만약 출마한다면 화두는 뭘로 할 건가. 차기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글쎄…. 출마 하고 안하고를 떠나 화두는 인구감소 시대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될 것이다. 4차 혁명시대를 맞아 ‘스마트 국가’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 위한 포용의 정치 리더십을 제시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와 관련해 경제 정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당장 해운 조선업에서 대량실업이라는 어마어마한 위기를 맞았다. 폭탄돌리기식으로 되어 왔다. 산업구조의 조정과 사회적 갈등, 충격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에서 잠을 못자고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위기관리가 우선이다. 또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5만명의 컴퓨터 전문 교사를 육성한다고 하고, 구글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부분에서 이미 승부는 끝났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우리는 내부 문제에 골몰하는 사이 미국은 이렇게 4차산업으로 중국의 규모의 경제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스마트하게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없으면 중국의 규모의 경제에 당할 수 밖에 없다. 기존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면서 IT(정보기술)·바이오·교육 분야 혁명을 이뤄야 한다.”

▷‘386 세대’가 먹고사는 문제 말고 이념싸움에 치우쳐 왔다는 지적도 있다.

“386 세대는 독재체제에서 기존의 판을 깨는 역할을 했다.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를 비롯한 ‘안정된 판’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국가 경쟁력을 책임지고 국가 경영능력을 어떻게 보여줄지, 그런면에서 능력을 심판 받을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 계파 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지금의 계파는 2007년 대통령 경선 때 형성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나눠줄 수 있는 부분이 이제 종점으로 가고 있다. 결속력이 강한 울타리를 계속 만들겠다면 계파 문제를 해소 못한다.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정권재창출이 더 중요하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계파 때문에 흡수해야 할 사람을 못하고, 온갖 약점을 캐고 서로를 파괴하는 공격을 하다보니 문제가 많다. 생산적인 협력과 보수 외연확장을 해야 한다. 뛰어난 인재들과 국민들의 지지를 끌고 올 수 있도록 대동단결 해야 하고, 계파라는 작은 울타리를 허물고 보수대통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재집권할 것 아닌가. 51%의 지지를 얻어야 집권할 수 있지, 30%만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 (계파 싸움 같은)그렇게 ‘위험한 불놀이’를 해서는 안된다.”

▷차기 대표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하나.

“당 대표 후보로 나서는 사람들이 계파를 깨겠다고 했는데, 실제 깰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 계파를 해소할 수 있는 진정성과 역량 있는 사람으로 지도부를 구성해야 새누리당이 희망이 있다. 안그러면 예측불허다.”

▷지사직을 그만두고 당 대표에 도전할 건가.

“도민 뜻에 따라 지사에 뽑혔는데. 직장 구하듯이 그렇게 하면 안된다.”

▷20대 국회에서 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나서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은 부차적인 문제로 본다. 일 잘하면 특권은 지금보다 더 줘도 된다. 정치인이 비생산적 투쟁에 몰입하고, 계파 싸움을 하면서 민심 수렴은 안하고 윗사람을 따라가는 이권집단 처럼 행동하니 국민적인 분노와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특권 내려놓기 처럼 쉬운 것부터 하려고 한다. 그런데 민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용광로처럼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하고 시행을 뒷받침 하는 집권당 다운 모습을 못보여주니 그렇게 하는 것이다. 특권 좀 깎고 이런 게 무슨 국가발전과 관련이 있나.”

▷대선을 겨냥해 중도세력 정계개편 움직임이 있다.

“과거 야당 쪽에서 혹독한 심판과 국민적 버림을 받은게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서 친박(친박근혜)계는 바람직한 집권당 모습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친노적, 친박적 행태를 다 배제하고 대통합 하고 경쟁질서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설득력과 호소력이 있다. 시대적 요구가 있으면 정개개편이 돼야 한다. 그런데 정치란 뜻 대로 안되는 것도 많다.”

▷개헌론이 일고 있는데, 권력구조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개헌을 하긴 해야 하나 합의가 안될 것이다. 정치권이 조그만 것도 합의를 못하는데 국가 틀을 바꾸는 개헌에 합의하겠나.”

▷1987년엔 국민적 의지의 표출로 개헌이 되었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개헌을 하려면 압도적 국민적인 지지와 합의가 있어야 하고, 기득권 체제가 힘을 잃어야 한다. 경미한 헌정 공백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와 헌정 공백 둘 다 있어야 개헌은 가능하다고 본다.”

▷5년 단임제를 두고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자고 한다.

“미국이든 유럽 만큼 우리나라가 의회에 대한 신뢰가 과연 있나.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국가 이익만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국민적 신뢰가 있다.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는 의회권력을 훨씬 강화한 것이다. 내각제로 가야 하는게 바람직한데, 지금 현재의 지역구 선거문화로 뽑히는 분들에게 전권을 줄 수 있겠나. 선거제도를 모두 바꿔야 하는 문제도 있다.”

▷새누리당이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상당히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어려움이 많을 거다. 계파로 인한 내부분열이 굳어지면 힘들다. 모두 단결해도 과반수 안된다. 중간층의 합리적인 일부 진보와 보수에 대해 진영논리로 생각하는게 문제다. 계파 문제를 해소하고 단합해야 하며, 중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돼야 성공하는데 중간층이 등을 돌려 쉽지 않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철저히 본인에게 달려있다. 반 총장에 대해서는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국가적 위상을 높인 분이라는 기대가 있다. 진흙탕과 같은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참신함도 있는데, 대선 주자로 뛰려면 자생력 있는 호소가 있어야 한다. ‘스펙’이 있으니 당내 현 정권과 주류(친박)에 옹립돼 가는 정도로는 자생력이 어렵다. 나름 좋은 지도자로서 큰 역할 해야 하는데 현재 정치판에서 대통령 주자로 맞는지, 성공할 수 있는지는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정치권에서 50대 기수론이 일고 있다.

“여야 모두 세대교체를 할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없지도 않다. 베이비붐 세대로서 생활적인 감각과 시대적인 공감대가 있다. 군사독재와 대결이 아닌 이념투쟁 논리를 뛰어넘는 대화정치를 해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과 비전, 국가가 단합해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등을 제시하는 게 50대 기수론이지 나이가 자랑은 아니다.”

▷대선으로 가기 위해 도지사 경험이 도움되나.

“당연히 도움된다. 정치는 즉각적인 책임이 없지만 집행 권한을 가진 도지사는 반드시 실행해야 하고 공무원 사회를 직접 지휘통솔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검증이 된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얼마나 힘드시겠나. 도지사가 10 정도면 대통령은 1000정도의 부담이 있을 것이다. 참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시는 분들이 야당과 소통하고 미리 이건 안된다고 철벽을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

홍영식 선임기자/박종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