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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M&A 활황의 '그늘'…"기업 경쟁이 죽어간다"

입력 2016-07-08 18:47:31 | 수정 2016-07-09 01:22:42 | 지면정보 2016-07-09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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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기자의 Global insight

기업, M&A로 독점적 이익 추구
서비스 질 떨어져 소비자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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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기업들의 화두는 인수합병(M&A)이었다. 화학회사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동등합병 추진(1300억달러),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사브밀러 인수(710억파운드) 등 수십조~수백조원짜리 굵직한 M&A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통에, 기자들끼리 “어지간한 M&A는 이제 기삿거리 취급도 못 받는다”고 얘기하곤 했다. M&A 데이터를 제공하는 딜로직은 지난해 전 세계 M&A 규모가 5조달러를 넘었다고 집계했다. 사상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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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후 저(低)성장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업들은 M&A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며,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했다. 뒤집어 해석해 보면 독점력을 행사해서 이윤율을 사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비자 관점에선 그리 달가운 뉴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9일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시장 개방에 관한 행사의 기조 연설자로 나서 “미국의 경쟁이 죽어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의 러닝메이트 후보로 꼽히는 워런 의원은 M&A를 통해 기업 수가 자꾸 줄어들고 있으며 이후 가격이 오르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는 등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10여년 전에는 미국 항공사가 아홉 곳이었는데 지금은 네 곳이 80%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서비스 질이 떨어진 탓에 지난해 항공 관련 소비자 불만은 2014년보다 30% 늘었다고 지적했다.

워런 의원 발언 가운데 주목을 받은 대목은 ‘플랫폼’의 과잉 지배력 행사에 대한 비판이었다. 혁신의 상징으로 꼽히는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회사가 일종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더 나은 제품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애플뮤직을 꼽았다. 아무리 좋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어도 애플뮤직이 아이폰 이용자의 ‘기본’이 돼 있다면,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서 소비자 선택을 받을 기회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워런 의원은 “이 회사들은 성공적으로 높은 수익을 향유할 권리가 있지만, 신규 진입자에 대한 경쟁의 기회는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계열 앱(응용프로그램)을 미리 깔아 출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경쟁을 저해한다며 제재에 나선 것과 일맥상통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구글의 행위가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했다. 존 개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구글의 행위가 “경영학 사례로 다룰 만한 교활한 걸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이 독점을 추구하고 경쟁자 진입을 가능한 한 막아 보려는 것은 해당 기업 관점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비스 질이 나빠지면 결국 시장에서 밀려날 테니 기다리면 된다는 관점도 있다. 워런 의원은 이런 반론을 의식해 “시장은 지금 당장 경쟁이 필요하다”며 반(反)경쟁적 M&A를 엄격히 제한하고 정부 기관이 모두 나서 시장 경쟁을 독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발언에 100% 동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상태가 최적의 경쟁 시스템인가’의 문제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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