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에 등 떠밀려…서청원, 당 대표 출마로 선회
현역 최다선(8선)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당 대표 경선 출마 쪽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당초 서 의원은 출마 가능성에 대해 “맞지 않는 얘기”라고 불출마 뜻을 밝혔으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거듭된 요청에 ‘고민해 보겠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뀐 것이다. 친박계 맏형인 서 의원의 출마 가능성에 따라 새누리당 당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7일 “서 의원이 당권 도전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조만간 입장을 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결국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 의원은 이번주 초만 해도 출마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친박계 의원들의 출마 요청에도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번 당 대표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데다 자칫 최다선 의원으로서 자리 욕심을 내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친박계 핵심으로서 유력한 당권 주자였던 최경환 의원이 전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출마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친박계 의원들은 서 의원을 찾아가 읍소에 가까운 출마 요청을 하고 있다. 최 의원이 불출마하는 등 ‘중량급’ 당권 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총선 패배 후유증을 극복하고 내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맏형인 서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 친박계 기류다.

친박계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비박(비박근혜)계가 당권을 차지하면 박근혜 정부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 의원이 비록 친박계지만 당의 ‘큰 어른’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비박계의 반발이 비교적 덜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친박·비박을 아우르며 당을 이끌어갈 경륜이 있다는 점이 여느 당권 후보들보다 월등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당권 구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친박계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친박계에선 이주영 의원에 이어 이정현 의원이 이날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정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겠다”며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치에 특권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모든 기득권을 철저히 부수겠다”며 “섬기는 리더십으로 국민과 민생을 찾아가는 당을 만들기 위해 당의 구조를 뜯어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도 “마음을 굳혔고 언제 출마를 선언하느냐만 남아 있다”고 했다.

친박계 당권 주자들은 지금까지는 ‘완주’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서 의원이 출마를 결심하면 지지세가 쏠리면서 친박계 후보 일부는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비박계 당권 주자들은 서 의원 견제에 나섰다. 나경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서 의원이 나오면 내가 어떤 식으로든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용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서 의원은 경선에 당당히 나서기 바란다”며 “친박 패권이 자숙하고 미래를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면 정정당당하게 나와 당원과 국민에게 심판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