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일본 도자기에 담긴 조선인의 예술혼
올해는 조선백자가 일본에서 제작된 지 400년이 되는 해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기장(沙器匠)들은 1616년 일본 규슈 북서부 사가현에서 백자 제작에 적합한 흙을 발견하고 그곳에 터를 잡는다. 일본 도자기 문화의 중추가 된 아리타 마을의 시작이다.

《일본 도자기 여행》은 일본 도자기에 남은 한국 문화의 자취를 담았다. 저자는 조선 사기장들이 지은 도자기 가마부터 그들의 후손이 발전시킨 전통 기법까지 두루 살핀다. 직접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생생한 사진들을 함께 실었다.

조선식 도자기는 일본에서 점차 현지 주류 계급 문화와 융합되면서 새로운 개성을 입는다. 반면 조선에선 도자 기술의 명맥이 끊어졌다. 19세기 중반 이후 조선 궁궐에서 아리타 백자를 사용했을 정도다. 저자는 “왜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우리 도자기는 큰 상처를 입고 단절을 겪었다”며 “일본 도자기의 혁신과 진취를 알아보고, 우리 도자산업에 대한 관심을 키울 때”라고 지적했다. (조용준 지음, 도도, 494쪽, 1만8000원)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