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부천의 구청 폐지
대도시의 행정조직은 나라마다 많이 다르다. 서울에는 25개 자치구(區)가 있지만 뉴욕은 5개 버러(borough)로 나눠진다. 도쿄는 23개 구로 구성돼 있다. 신주쿠·시부야 같은 지명이 그렇다. 자치 방식도 제각각이다. 가령 맨해튼 브루클린 같은 뉴욕의 버러에는 구의원이 없고 구청장만 선출한다. 파리와 베를린에는 구청장이 없지만 구의회는 있다.

한국에서도 구청은 도시 내 자치행정과 생활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이다. 물론 구청이라고 다 같은 구청은 아니다. 종로구·해운대구처럼 광역단체 아래는 ‘자치구’인 데 비해 고양시 덕양구, 성남시 분당구는 단순 ‘행정구’다. 자치구라야 예산의 편성·집행권과 함께 구의회도 두고 행정 조례를 직접 만든다. 말 그대로 자치를 한다. 인구 4만5000명의 부산 중구는 전국에서 제일 작은 미니 구지만 행정 권한에서는 인구 100만명이 넘는 수원·고양과 같은 급이라는 불균형 문제도 있다.

시·군·구 중에서는 수원의 불만이 제일 클 것 같다. 주민이 122만명에 달하고, 4개의 행정구까지 있는 대도시다. 그래도 기초 지자체다. 인구감소로 올 들어 120만명 아래로 떨어진 울산광역시의 5개 자치구·군과 같은 지위다.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려는 시도도 없지 않았다. 재작년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심대평 위원장이 광역시의 구의회를 없애고,구청장도 시장이 임명하도록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안’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2~5개씩 묶어 60~70개의 행정단위로 개편하자는 안도 여러차례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고려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행정구역의 기득권과 국회의 무관심으로 늘 논의에 그쳤다.

부천시가 이달 들어 관내 구청을 없애버렸다. 한국의 행정사에 의미있는 실험이다. 원미·소사·오정구는 폐지되고 관내 36개 동(洞)은 10개로 통합됐다. 구청의 업무 중 소규모 건축허가, 음식점 개설 등은 10곳의 행정복지센터로 넘어가고 세무 지적 녹지 업무는 시청으로 갔다. 3곳의 구청직원 568명 중 60%가 현장인력으로 재배치됐다니 비용절감도 기대된다.

부천의 구청 철폐는 김만수 시장이 지난해 초부터 행정자치부와 협의해온 성과물이다. 고양 성남 용인 안양 안산 등 행정구를 갖고 있는 인근 시장들의 부담이 적지 않게 됐다. 행정구는 전국에 33개나 된다. 지방자치의 발전에도 정형화된 답은 없다. 그래도 효율성 제고와 주민 만족도 높이기는 어디서나 최우선 가치다. 지역 경쟁의 시대, 부천이 지방행정의 군살빼기에서 한발 앞섰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