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리아 에이드, 마음으로 다가가야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마친 직후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코리아 에이드(Korea Aid)’의 유용성에 대해 한국 내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리아 에이드는 ‘급조된 이벤트’이고 ‘한국 자랑 쇼이지 원조는 아니다’는 것이다.

필자는 아프리카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수십 차례 의료캠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외국 의료진이 잠시 다녀가는 것만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의료 수요를 채울 수 없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는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경험이 있을 텐데, 내과의사인 필자도 만성질환자들이 찾아올 때마다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이 때문에 우간다에서 의료캠프를 10여년간 해온 어떤 팀은 그 지역에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사례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 지역보건소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그 방법 역시 저절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건소에 필요 장비를 준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장비 사용법을 전수하고 해당 장비에 필요한 시약 등도 계속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비가 고장 나면 고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줘야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해 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다 고려해서 지원했다고 하자. 그럼 이런 지원으로 역량이 강화된 의료인은 그곳에 계속 남아 있을까.

완벽한 의료시스템은 없고,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모든 사람을 다 치료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고통받는 이웃을 포기할 수는 없다.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24년간 아프리카에서 지내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 나름대로 얻은 작은 결론은 ‘원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란 점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 미소와 사랑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필자는 에티오피아 코리아 에이드에서 아름다움을 보았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서쪽으로 350㎞ 이상 떨어진 곳에 짐마라는 시골도시가 있다. 커피의 본고장으로 유명하지만 발전이 더딘 곳이다. 한국에서 온 세계 최정상급 의료진은 진료장비도 변변치 않은 아프리카의 이 작은 도시에서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진료했다. 진료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만족해했고, 감사인사를 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짐마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코리아 에이드 사업은 준비과정부터 짐마대학의 협조 아래 이뤄졌다. 이 준비과정에서 큰 희망을 보았다. 짐마대학의 부총장, 대학병원장, 의대학장, 소아과 과장, 산부인과 과장, 안과 과장, 영양학 주임교수, 공중보건학 교수, 이 지역 보건 담당관까지 이 사업에 필요한 모든 관계자는 어떻게 이 기회를 활용해 지역민의 건강상태를 개선하고 대학발전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 치열하게 토론했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수행했다. 그들의 적극적 참여와 주도로 사업구상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코리아 에이드는 이벤트성 사업이거나 차량 등 하드웨어만을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다. 이 지역 주민 복지를 위해 현지 대학과 병원, 지역 보건인력, 한국에서 온 전문인력이 어울려 지속적으로 시행할 사업이다.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계속 전진할 수 있도록 따뜻한 조언과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한마음이 돼 일을 추진할 때 이 사업이 성공해 아프리카에 사는 많은 사람이 혜택을 얻고, 한국의 국격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유덕종 < 에디오피아 짐마대학 글로벌협력 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