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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가 뜬다] '직장 무대' 떠난 5060…진짜 무대에 오르다

입력 2016-07-01 17:18:51 | 수정 2016-07-02 04:43:38 | 지면정보 2016-07-02 A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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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뮤지컬·오케스트라 등 콘텐츠 소비 넘어 직접 만들어
"남는 시간, 자식들에만 쓰기엔…무대 오르니 이제야 나를 찾아"

장발·미니스커트 수용한 세대…20~30대 젊은층 문화도 재해석
"클래식 위주 복지관 수업 대신 힙합 프로그램도 만들어달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엘림홀에서 열린 연극 ‘그녀들의 수다’에서 50~60대 액티브 시니어들로 구성된 ‘날아라 백로’ 팀이 열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서울 종로구 동숭동 엘림홀에서 열린 연극 ‘그녀들의 수다’에서 50~60대 액티브 시니어들로 구성된 ‘날아라 백로’ 팀이 열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놈의 영감 때문에…어휴, 나 어떡해?”

지난달 16일 서울 동숭동 엘림홀 무대에 오른 연극 ‘그녀들의 수다’. 찜질방을 배경으로 50~60대 주부 일곱 명이 한데 모여 수다를 떤다. 그런데 몇몇 배우는 공연 도중 대사가 잘 생각나지 않는 듯 멈칫한다. 동작도 다소 매끄럽지 않다. 전문 연극배우가 아니어서다. 배우들은 일반인으로 이뤄진 서울시민연극제의 ‘날아라 백로’ 팀. 극중 인물과 실제 나이가 비슷하다.

이들은 자신의 고민과 인생 경험을 직접 표현하기 위해 무대에 섰다. 아무리 외워도 잘 기억나지 않는 대본을 붙잡고 수없이 연습을 반복했다. 집에서 혼자 연습한 뒤 매주 1~2시간씩 대사를 맞춰보다가 공연 직전에는 4시간 이상으로 연습량을 늘렸다. 이런 열정이 전해진 것일까.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선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무대에 섰던 서능순 씨(62)는 “연극 출연이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마치고 나니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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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인생의 무대에 오른 액티브 시니어

직접 무대에 올라 문화 콘텐츠를 적극 생산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날아라 백로’ 팀처럼 황혼의 고민 등을 직접 연극 무대에서 표현, 큰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악기 연주에 도전하고,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많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2014년부터 열리고 있는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에 대한 시니어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꾸준히 실력을 쌓아 본선까지 진출하는 시니어팀도 매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액티브 시니어에게 무대는 못다 이룬 자아실현의 공간이다. 서울시민연극제 무대에 오른 최병덕 씨(64)는 “젊은 시절 일만 하다 보니 나 자신을 미처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며 “꿈꿔 오던 것을 이제서야 무대에서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자아실현 이상의 의미도 있다. 은퇴 전후의 액티브 시니어는 직장에선 물러나도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건 원치 않는다. 시간과 돈을 온전히 자식과 손자를 위해서만 쓰고 싶지도 않다. 이들에게 무대는 학교와 직장에 이은 제3의 관계를 형성하는 터전이다.

‘더 행복 오케스트라’의 안치명 단장(64)은 합주를 통해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 안 단장은 2012년 퇴직 후 취미로 트럼펫과 테너 색소폰을 불다가 다음해 직접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 50~60대의 숭문고 선후배 등 30명이 단원이다. 안 단장은 “세 시간이 넘는 합주 연습이 힘들지만 단원들과의 끊임없는 교류 속에서 다시 젊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오케스트라 멤버인 이호근 씨(58)는 “연주를 하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고 말했다.

20~30대 문화도 재해석

무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이들과 소통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20~3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분야까지 진출, 젊은 층의 문화를 재해석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뉴시니어라이프를 통해 패션쇼에 오르는 전문 시니어 모델도 120여명에 달한다. 뉴시니어라이프 관계자는 “젊은이들만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나이 든 사람도 충분히 우아하고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도전의식은 1970~1980년대 대학 시절 파격적이고 신선한 서구문화를 수용해봤던 경험의 영향이 크다. 남자는 장발을 하고, 여자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고고장과 음악다방을 누볐다. 《2016 트렌드 코리아》에서 이들 세대를 재조명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새로운 문화를 마음껏 향유해본 세대인 만큼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적극 실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젊은 세대의 문화를 배우길 원하는 시니어가 급증하자 국내 복지관은 기존 전통춤이나 클래식 등에 더해 뮤지컬, 재즈, 영화 강좌 등을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서울 강북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지난달 방영된 TV프로그램 ‘힙합의 민족’에서 배우 김영옥, 문희경 씨 등이 랩을 하는 모습을 본 일부 어르신이 힙합 수업을 열어달라고 요청해 강좌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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