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매년 1조원 안팎의 자금을 사모펀드(PEF)에 분배한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간판급 PEF 운용사들이 이 돈에 목을 맨다. 국민연금의 출자를 받았다는 사실이 해당 PEF의 위상과 실력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로 통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의 PEF 위탁운용사 심사를 ‘PEF 뷰티 콘테스트(미인 대회)’라고 부른다. 한 민간심사 위원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이 감돈다”고 귀띔했다.

심사는 서류 평가와 면접 평가로 나눠 이뤄진다. 서류 평가는 국민연금 내부 실무진이, 면접 평가는 민간위원 4명과 국민연금 내부 위원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위탁운용사 선정위원회가 맡는다. 민간 심사위원 명단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정보가 새는 걸 막기 위해 면접 이틀 전 심사위원을 확정한다.

심사를 받는 PEF 운용사들의 프레젠테이션(PT) 시간은 10분. “10분이 넘어가면 칼같이 자른다”는 게 PT에 참여한 국내 PEF 대표의 전언이다. 이어 20분간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실무 업무를 전담하는 국민연금 대체투자실 운용역들은 한 달 전부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식사나 미팅, 전화 등 외부 접촉을 일절 삼간다. 심사를 받는 PEF 운용사들은 ‘비밀유지약정서’에 서명한다. 면접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의 PEF 위탁운용사 심사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다 보니 실력 있는 운용사를 제대로 뽑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출신의 한 관계자는 “실무 경험이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 민간위원이 고작 30분간 면접을 통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의 위탁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PEF 운용사 출신 전문가는 “해외 선진 연기금들은 콘테스트 방식으로 운용사를 뽑지 않는다”고 전했다. 운용사로부터 개별 제안을 받고 자체 기준에 따라 실무진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