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71)가 30일 필리핀 대통령에 취임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신임 각료를 비롯해 행정·사법·입법부 주요 인사, 외교사절단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열고 임기 6년의 제16대 대통령에 올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민심의 지지를 얻었지만, 직설적 언행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는 당선인 시절 대통령 취임 6개월 안에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선거 기간 동안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만에 버리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발언을 벌써 실행에 옮겨졌다. 필리핀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월9일 대통령선거 이후 지금까지 사살한 마약 용의자는 59명에 달한다. 앞서 올해 1월부터 대선 전까지 5개월간 마약 용의자가 39명이 사살된 것과 비교에 높은 수치다.

이에 겁먹은 마약범들이 줄줄이 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범죄와의 전쟁은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두테르테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시에서 22년간 시장을 하면서 범죄에 강력 대처한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인권단체들은 당시 다바오시에서 경찰과 암살자, 전 공산반군으로 구성된 일종의 자경단을 조직해서 죽인 범죄 혐의자가 1000명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테르테는 1988년 마약과 범죄로 악명 높았던 다바오 시장에 당선된 뒤 1998년까지 연임했다"며 "그가 법과 질서를 항상 강조했지만 범죄자들의 인권 문제는 침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밤 10시 이후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 통행금지, 공공장소 흡연 금지, 새벽 1시 이후 주류 판매 금지 등의 정책을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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