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10회 일본경제포럼에서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이 '한일간 수평적 분업과 한일 협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최혁 기자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10회 일본경제포럼에서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이 '한일간 수평적 분업과 한일 협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최혁 기자
일본 경제의 '긍정적' 활용. 29일 열린 제10회 한경 일본경제포럼에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한국경제의 저성장 탈출 해법이다.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 미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기회를 찾자는 주장이 많았다.

10회를 맞은 한경 일본경제포럼은 한경닷컴과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한일경제협회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포럼에 참석한 강연자들은 "한국과 산업·사회 구조가 닮은 일본에서 저성장 탈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저성장 시대, 일본시장에서 돌파구 찾자' 주제의 이번 포럼에선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다양한 대안들이 나왔다. △한일 산업간 수평적 분업 확대 △정부·대기업 주도의 벤처산업 육성 △일본 취업을 통한 고용 문제 해결 등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주문들이 나왔다.

한경미디어그룹이 2014년 6월 처음 선보인 일본경제포럼은 이날 행사로 10회째를 맞았다. 국내 유일의 언론사 주최 일본경제 전문포럼이 '장수 학술행사'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은 모두발언에서 "지난 2년동안 일본경제포럼은 이웃나라이자 우리보다 한 발 앞서가는 일본 경제를 객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찾자는 취지에서 진행돼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세계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진 가운데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까지 결정되면서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브렉시트 확정 이후 글로벌 경제와 환율 시장은 혼돈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금값은 치솟고 있다.

첫 강연자로 나선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정보기술(IT)·전기전자와 자동차 부품 등 주요 산업이 비슷해 경쟁 관계에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두 나라 경쟁력이 원·엔 환율에 따라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이 부 회장은 "두 나라 모두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악화된 교역 조건을 개선하려면 산업 내 수평적 분업을 이뤄나가야 한다"며 "분업을 통해 각국은 상대적으로 더 우수한 분야를 특화시키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위해 양국 기업 간 활발한 인적·물적 자원 교류를 주문했다. 특히 중소기업 간 기술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우수 퇴직자를 한국의 중소기업에 소개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며 "한국 입장에선 일본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얻을 수 있고, 일본은 우수한 유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 벤처산업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 벤처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찾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침체된 일본 벤처산업과 정부의 대응책을 살펴보고 한국 창업 생태계에 발빠른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태헌 경희대 교수는 "일본은 1997년 이후 창업희망자와 창업가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창업률도 구미 선진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창업률이 낮다는 것은 산업의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세계은행 자료를 들어 일본의 창업환경 순위가 120위로, 34위에 오른 한국보다도 많이 뒤쳐지고 있음을 짚었다. 낮은 창업률의 이유로는 부족한 창업가정신과 열악한 창업 환경 등을 꼽았다.

일본 정부는 최근 국민들의 벤처 정신을 높이고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오 교수는 "일본 중소기업청은 '창업대국'에 관련한 과제와 대응책을 제시했다"며 "창업가를 응원하는 사회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창업가 교육을 마련하고 창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시 벤처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본의 벤처 육성정책을 눈여겨 보라고 당부했다. 벤처산업이 활기를 띠어야 신성장 분야를 개척할 수 있고 새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의 과제로는 여성 및 대기업 퇴직자의 창업지원, 공공자금 투자 확대, 보증 관련 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대기업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오 교수는 "한국도 일본처럼 사회·경제에서 대기업의 비중이 큰편이다. 대기업 벤처를 보다 활성화시키고 대기업들의 벤처 인수·합병(M&A)을 독려해 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취업이 힘든 한국 구직자들에겐 일본 고용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김태형 파소나코리아 대표는 "일본은 인구 감소로 매년 24만명 정도 노동 인구가 부족하다"며 일본을 '기회의 땅'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최근 일본 고용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영향으로 경기가 살아난 데다 2020년 도쿄올림픽도 앞두고 있어 인력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한국 정부도 해외 취업을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한국 구직자들에게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복리후생과 근무환경, 급여 등이 한국보다 좋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잘 맞아떨어진 만큼 일본 현지 취업을 긍정적으로 고려해볼 때"라며 "일본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외국어 능력 등 지원자들의 기본적인 스펙 외에 취업 후 장기 계획 등을 꼼꼼히 보는 편"이라고 조언했다.

노다니엘 페닌슐라 모니터그룹 대표는 아베노믹스 전까지 일본이 이어온 작은 정부와 금융 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1989년 경제 버블 붕괴 이후 간섭과 통제로 대표되는 큰 정부의 문제점을 인식했다"며 "잃어버린 20년에 접어든 일본은 관치 금융체제를 없애고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아베노믹스에 대해선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개입이 아닌 자유를 통해서도 시장 자본이 늘어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래 가치를 조명받고 있는 일본 농업비즈니스를 분석한 이춘규 박사는 "일본에서 농업이 미래 생명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각종 자격증이 생겨나고 있고 공업, 서비스업 등 타산업과의 융합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그간 산업계의 저평가를 받아온 농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와 일자리 창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당부다.

이번 포럼은 유관기관과 기업, 대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옹현우씨는 "일본 취업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익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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