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구글세’로 불리는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방지 프로젝트’가 본격 시행될 경우 국가 간 과세권 경합으로 분쟁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글세는 한국에 양날의 칼…국가간 과세 경합 땐 혼란"
박윤준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전 국세청 차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6년 국세행정포럼’에 참석해 ‘다국적 기업의 지능적 조세 회피에 대한 대응’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BEPS 방지 프로젝트는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국제 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 간 세법 차이 등을 이용해 조세를 회피하는 다국적 기업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60여개국이 도입할 예정이다.

박 고문은 “BEPS 방지 프로젝트는 15개의 세부 과제(action)로 나눠 국가 간 조세협약이나 국가별 세법 개정을 통해 집행되는데 각 과제가 실행되는 과정에서 국가 간 혼란과 분쟁을 초래할 것”이라며 “과제별로 한국에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5개 과제 중 △국가별로 과세 여부가 일치하지 않는 ‘혼성불일치’ 효과 제거 △투명성과 실질을 고려한 유해조세제도 대응 △조세조약혜택 남용 방지 △고정사업장 지위의 인위적 회피 방지 등은 한국의 과세 기반 확대에 유용한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반해 다국적 기업이 이자 비용 등을 과도하게 지급해 원천지(소득이 발생하는 지역)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는 ‘이자공제 및 기타금융비용을 통한 세원잠식 방지’ 과제는 한국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박 고문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이전가격 관련 자료와 국가별 보고서 제출’ 과제는 한국의 과세당국과 기업들이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효용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우 국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은 “BEPS 방지 프로젝트는 과세당국 입장에선 다국적 기업의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해외 진출이 많은 국내 기업에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의 이익과 손해를 정밀하게 분석해 국내 세법을 만들 때나 해외 국가와의 조세조약을 체결할 때 전략적으로 접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선 국세 행정 개선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박명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은 “탈세와 체납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 정보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권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다국적 기업의 국가 간 소득 이전에 따른 세원 잠식이라는 뜻이다. 구글 등 다국적 기업이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얻은 수익을 세율이 낮은 나라로 옮겨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세’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