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리카)가 경기 안산 등을 중심으로 한 ‘황해 제조업 벨트’ 부활을 기치로 내걸고 이공계 강화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이자 미래형 공장으로 불리는 스마트팩토리 상용화를 통해서다. 축구장 일곱 개 크기와 맞먹는 33만㎡의 부지를 활용해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하고 창업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미래형 공장' 주도 에리카…'황해 제조업 벨트' 부활 이끈다
제조업 혁신에 이공계 역량 집중

에리카가 추구하는 이공계 강화는 제조업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대학들이 ‘탈(脫)제조’를 외치는 것과 차별화된다. 이재성 한양대 에리카 부총장은 “반월·시화공단에만 중소기업 2만여개가 입주해 있다”며 “이들이 하이테크로 무장한 강소기업으로 변신하도록 인재와 기술을 공급하는 것이 에리카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에리카가 10년 목표로 세운 것이 ‘학·연·산 클러스터 2.0’이다. 2003년부터 본격 시작한 ‘1.0’이 기업과 대학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산학협력의 모범을 제시했다면,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제조업 ‘업그레이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스마트팩토리 구현이다.

스마트팩토리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스마트기기, 로봇, 인공지능 등 미래형 기술을 결합해 사람이 없이도 원활하게 돌아가는 미래형 공장이다.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앞다퉈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를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하도록 교육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게 에리카의 계획이다.

에리카는 1979년 개교 이래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학교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국가산업단지로 조성된 반월공단에 한양대 공대의 저력을 결합하고자 한 것이 에리카 태동의 계기다. 스마트팩토리 구현에 에리카가 공을 들이는 이유다.

SW·사이언스·스마트 UP 전략

공학 교육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백동현 한양대 에리카 교무처장은 “소프트웨어, 사이언스(기초과학), 스마트 등 세 분야의 혁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에리카는 이를 ‘3S 업(up) 전략’이라고 부른다.

기존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아래 소프트웨어학부와 정보통신기술(ICT)융합학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ICT융합학부는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등 비이공계 학생이 과학기술 분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과정이다. 백 처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학생들도 기초 프로그래밍 수업 듣는 것을 어려워한다”며 “미디어테크놀로지, 컬처테크놀로지 등 문과 학생들끼리 경쟁하는 새로운 리그를 마련해 진입 문턱을 낮추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과정을 마친 학생에게는 공학사 학위를 준다.

기초과학도 융합형 공학 인재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판을 바꾼다. 기존 과학기술대학을 과학기술융합대학으로 개편하고 기초과학계열 학과 정원 일부를 융합공학계열 학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응용화학과와 해양융합과학과도 각각 공학 과정인 화학분자공학과와 해양융합공학과로 개편한다. 반도체 나노공정과 광센서 기술 관련 인재를 양성하는 나노광전자학과도 신설한다.

스마트업 전략은 제조 혁신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교육 과정이다. 기계공학과와 재료화학공학과, 전자공학부 정원을 늘리고 교육 과정도 스마트팩토리 연구 및 상용화 중심으로 짤 계획이다.

에리카의 혁신 계획은 지난달 정부의 특성화 지원 재정사업인 산업연계교육 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에 선정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3년간 최대 450억원의 지원금을 받을 예정이다. 33만㎡의 부지를 개발할 수 있게 된 것도 에리카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캠퍼스와 기존 연구단지 사이 공터(13만2000여㎡)에는 글로벌 기업연구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경기테크노마트 옆 부지(19만8000여㎡)에는 벤처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창업 공간이 조성된다.

안산=박동휘/박상용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