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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영국의 해체

입력 2016-06-28 17:37:58 | 수정 2016-06-29 00:06:47 | 지면정보 2016-06-29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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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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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정식 국호는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이다. 줄여서 ‘United Kingdom(연합왕국)’. 본토인 브리튼섬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와 북아일랜드로 구성돼 있다. 이런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계기로 5년 후엔 분리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미 2년 전 독립 찬반투표를 했던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들썩이고 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 영국인이지만 정체성은 엄연히 다르다. 영국 자체가 미국 같은 연방이 아니라 여러 민족과 왕국의 연합체다. 예컨대 스코틀랜드인(Scottish)에게 “영국인(English)이냐”고 묻는 것 자체가 실례다. 먼저 영국 역사를 간단히 살펴봐야 한다.

로마 지배 이후 7세기께 게르만 일파인 앵글로색슨족이 침입해 기존 브리튼족을 제압하고 잉글랜드를 세웠다. 11세기 지배계급이 노르만족으로 바뀌었지만 이후 역사는 잉글랜드와 켈트족의 나라들인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간의 충돌과 통합의 과정이다. 켈트족은 로마시대 갈리아인으로 불린 선주민이다.

그러나 같은 켈트족이어도 잉글랜드와의 통합과정은 판이했다. 남서부 웨일스는 1283년 에드워드 1세 때 정복됐지만 독립의지가 크지 않았다. 웨일스 출신 헨리 7세가 장미전쟁에서 승리하며 튜더왕조를 열었고 헨리 8세 때 웨일스통합법(1536년)으로 완전 통합됐다. 반면 북부 스코틀랜드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보듯 투쟁과 전쟁의 연속이었다. 1707년 잉글랜드에 복속됐어도 300년간 독립시도가 끊이지 않았다. 웨일스가 우호적 M&A라면 스코틀랜드는 적대적 M&A다.

북아일랜드는 1649년 호국경 크롬웰이 침공해 아일랜드 전체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영국사에 편입됐다. 1922년 아일랜드가 독립한 뒤에도 신교도가 많은 북부 얼스터 지방이 영국땅으로 남은 것이다. 1990년대까지도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테러가 이어졌을 만큼 250년간 피의 갈등이 서려 있다.

이런 역사 탓에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선 EU 잔류가 훨씬 우세한 반면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탈퇴가 많았다. 당장 갈라서도 크게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만약 분리독립이 현실화되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깃발 문양을 합친 유니언잭(영국 국기)도 확 바뀌게 된다. 단순히 축구 대표팀을 따로 파견하는 수준을 넘어 독립국가가 될 수도 있다. 피 흘리지 않고 민주주의 혁명을 이룬 나라, 시장경제를 탄생시킨 나라, 나폴레옹과 히틀러를 막아낸 나라가 지금 분열의 함정에 걸렸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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