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정부 부처 등에서 주로 활용하던 장기 렌터카를 이용하는 개인이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새 차를 사는 대신 필요할 때 빌려 타고, 원하는 차량이 생기면 교체해서 타겠다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하하·호호·허허" 길게 빌려 타니 씽씽~ 6년 새 18배로 늘어난 개인 장기렌터카
○개인 장기 렌터카 3만명 돌파

26일 업계에 따르면 렌터카 시장 점유율 1위(4월 말 기준 24.8%)인 롯데렌탈의 개인 장기 렌터카 이용자 수는 2010년 말 1689명에서 지난 4월 말 3만791명으로 5년4개월 만에 18배로 커졌다. 연평균 성장률이 62.2%에 이른다.

롯데렌탈의 장기 렌터카 전체 이용자는 같은 기간 3만6051명에서 10만4331명으로 늘었다. 법인 장기 렌터카 이용자도 3만4362명에서 7만3540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커졌지만 개인 장기 렌터카 사업 성장세가 더 두드러진다. 전체 장기 렌터카 이용자에서 개인 비중은 2010년 말 4.7%에서 지난해 말 28.5%, 지난 4월 말에는 29.5%까지 올라갔다.

업계 2위 AJ렌터카(점유율 11.8%)도 개인 장기 렌터카 사업이 매년 60~70%씩 성장하고 있다.

장기 렌터카 사업 성장 덕분에 전체 렌터카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전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0년 말 25만여대이던 국내 렌터카는 지난해 말 54만여대로 5년간 110.9% 커졌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가 1794만여대에서 2098만여대로 16.9% 늘어난 데 비하면 렌터카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신차 184만여대 가운데 렌터카로 등록한 차량은 14만여대로 7.6%를 차지한다. 신차 100대 중 7~8대는 렌터카로 이용되는 셈이다.

렌터카업체들은 단기 렌터카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장기 렌터카 사업의 성장으로 실적도 좋아지는 추세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매출이 1조2876억원으로 2014년 대비 20.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7% 늘어난 942억원을 거뒀다. 롯데렌탈은 올해 매출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J렌터카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 10.8% 증가한 63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할부보다 저렴” 장점 부각

렌터카업계에서는 개인 장기 렌터카 시장이 커지는 이유로 경제성과 편리성을 꼽는다. 장기 렌터카는 초기 목돈 부담 없이 15인승 이하 전 차종을 신차를 살 때처럼 모델·색상·옵션까지 모두 선택해 1년에서 5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계약이 끝날 때 타던 차량을 인수할 수도 있다. 월 대여료에 차량 취득·등록세, 보험료, 자동차세 등이 포함돼 있다. 렌터카업체가 정기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차량 관리 부담도 작다. 개인사업자는 월 대여료를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할부에 비해 총 비용이 저렴한 상품도 상당수 있다. 롯데렌탈은 현대자동차의 LF쏘나타를 선납금 30%, 월 대여료 56만원 등의 조건으로 3년간 타고 인수하면 소비자가 총 3467만원을 부담하는 장기 렌터카 상품을 판매 중이다. 3년간 연 금리 4.9%의 할부(총 3556만원)보다 89만원 저렴하다.

렌터카업체들은 다양한 개인 장기 렌터카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롯데렌탈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고급차 3사의 33개 차종 가운데 3종을 선택해 계약 기간 3년 동안 1년씩 타는 ‘오토 체인지 프로그램’을 내놨다. 해외 발령 등으로 장기 렌터카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고객이 계약을 넘길 수 있는 ‘장기 렌터카 승계 게시판’도 운영 중이다.

AJ렌터카는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운전기사가 딸린 프리미엄 장기 렌터카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