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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영국 '플랜B'는 EU 이원화…잔류하되 난민·테러 등 규제 완화

입력 2016-06-26 18:14:08 | 수정 2016-06-27 02:03:16 | 지면정보 2016-06-27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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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유럽 통합의 앞날은
최소 2년이상 복잡한 결별 절차…영국, 독립운동 재개 등 부담 커
무작정 탈퇴보다 유로 도입 전 유럽동맹처럼 '유연한 EU' 대안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후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릴에서 한 사람이 왼손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오른손엔 EU기와 6개 EU 회원국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의 EU 탈퇴에 대해 “원만한 ‘이혼’이 되진 않을 것”이라 고 말했다. 릴AFP연합뉴스기사 이미지 보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후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릴에서 한 사람이 왼손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오른손엔 EU기와 6개 EU 회원국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의 EU 탈퇴에 대해 “원만한 ‘이혼’이 되진 않을 것”이라 고 말했다. 릴AFP연합뉴스


영국 국민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했다. 사전 여론조사, 도박 사이트, 모든 시장이 잔류 가능성을 높게 본 만큼 전형적인 ‘팻 테일 리스크’가 발생했다. 팻 테일 리스크란 가능성이 작으나 한번 발생하면 커다란 충격을 주는 위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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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한마디로 ‘좀비 유럽연합(EU)’ 때문이다. 회원국이 경기침체, 난민, 테러 등에 시달리고 있으나 속 시원한 해결책은 고사하고 대응조차 신속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어느 회원국 국민보다 ‘위대한 고립(great isolation)’의 향수병에 걸려 있는 영국 국민에게 EU에 대한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NATO(No Action Talk Only·공약만 하고 행동은 없다)’를 일삼는 정치인을 비롯한 기득권층에 대한 환멸도 한몫했다. 올 들어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정치경험이 없거나 소외 소수세력인 ‘아웃사이더’의 활동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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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선택으로 EU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다면 회원국 탈퇴 도미노, 즉 ‘포스트 영국’ 문제다. 다른 회원국도 국수주의 움직임이 강하다. EU 상징국인 영국이 ‘탈퇴’를 선택한 것을 계기로 탈퇴 여론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영국 경제권에 속한 회원국은 벌써부터 이 조짐이 일고 있다.

회원국 내 분리 독립운동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끝나자마자 세계인의 이목이 곧바로 스코틀랜드로 몰리고 있다. 2014년 선거에서 잔류 쪽으로 어렵게 봉합해놨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카탈루냐와 바스크, 네덜란드의 플랑드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와 근접한 동부 등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회원국 탈퇴가 잇따르고 분리 독립운동마저 일어난다면 EU는 붕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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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은 적다. EU는 회원국이 가입 때처럼 탈퇴규정(EU 규정 50조)을 엄격하게 정해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탈퇴한 회원국이 없어 탈퇴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 등과 탈퇴협상을 거쳐 영국이 실제로 EU를 떠나는 데 최소한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계기로 EU의 내부적인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만큼 ‘제3의 방안’ 논의도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탈퇴를 선택한 영국 국민이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상황을 불안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국이 EU와 완전히 결별하기에는 부담도 크다.

제3의 방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브렉시트 대안으로 검토해온 ‘B+EU(Britain+EU)’다. B+EU는 영국이 EU를 실질적으로 탈퇴하지만 외형상으로는 EU에 남아 있으면서 난민, 테러 등에 대해 자체적인 해결권한을 갖는 방식이다. 이때 회원국은 EU의 구속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국 현안을 풀어갈 수 있어 탈퇴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다.

B+EU와 같은 제3의 방안이 도출된다면 영국 경제권에 속한 북유럽 3개국과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과 같은 국수주의 움직임이 거센 회원국이 이 방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독일이 ‘G+EU(Germany+EU)’를 선택한다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이어 EU 차원에서도 ‘이원적인 운용체계’가 공식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적인 운용체계는 유로화가 도입위기 이전에 운영된 ‘유럽조정메커니즘(ERM·European Realignment Mechanism)’과 원리가 같다. 독일 등과 같이 경제여건이 좋은 회원국(Good Apples)은 EU 조건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그리스 등 나쁜 회원국(Bad Apples)은 테러, 난민 등과 같은 민감 현안에 자율권을 주는 방식이다.

유로존의 기본 골격도 보완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경제통합(EEU)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통화통합과 재정통합이 동시에 달성돼야 한다. 주무부서로 유럽중앙은행(ECB)과 가칭 ‘유럽재정안정기구(EFSM: European Fiscal Stabilization Mechanism)’, 상징물로 유로화와 유로본드 간 ‘이원적 매트릭스’ 체제를 갖춰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통과로 EU 앞날이 당장은 어두워 보이지만 그 속에서 움트는 ‘그린 슛(green shoot: 엄동설한을 뚫고 돋아나는 푸른 싹)’을 읽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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