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성범죄 자체를 인식 못하는 사람 많아…예방 교육이 근본 해결책"
“경제·교육 수준에 비해 성(性)범죄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아주 낮습니다.”

이충호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장(사진)은 24일 “성범죄가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강력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과장은 “성범죄 피의자는 고위 관리부터 명문대생까지 지위와 교육 수준을 막론하고 성범죄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 자체를 못하는 일이 많다”며 “성범죄에 대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와 피해자 보호 모두 중요하지만 피해예방과 교육활동이 성범죄의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대 4기 출신인 이 과장은 충남청 수사과장, 경찰청 생활질서과장, 서울 용산경찰서장 등을 지낸 뒤 올해 초부터 성폭력대책과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2월 여성청소년과에 속했던 ‘성폭력대책계’를 ‘성폭력대책과’로 승격시켰다.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유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성폭력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다. 성폭력대책과는 전국 일선 경찰서의 성범죄 수사를 지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성범죄자 전담 관리 인력은 549명에 달한다.

이 과장은 “특유의 소영웅주의나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에 젖어 성범죄를 용인하려는 정서가 일부 있다”며 “경찰이 성범죄 예방과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성폭력대책과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범죄 예방교육을 하고 장애인시설과 지적장애 여성을 찾아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 4월엔 성범죄 피해자 보호 길라잡이라는 책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 과장은 “성폭력 피의자들은 대부분 친인척이나 같은 마을 사람처럼 가까운 인물인 사례가 많기 때문에 주변에선 피해 여성들에게 ‘네가 희생해서 공동체를 지키라’는 식으로 압박한다”며 “성폭력은 숨겨서는 안 되는 중대한 범죄로 반드시 처벌해야 하고 피해자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오히려 성범죄 사실을 숨기는 일이 많은 만큼 피해자의 신상을 가릴 수 있는 ‘가명조사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이 과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시행된 가명조사제도는 성폭력 피해 여성이 조사를 받을 때 가명을 사용하도록 한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