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품질 혁명'…엑센트·쏘울 등 11개 차종이 '톱3'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999년 회장 취임 직후 수출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 시장을 찾았다. 그는 미국에서 현대자동차가 천덕꾸러기 취급 당하는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현대차의 품질을 농담 소재로 삼기 일쑤였고 미국 딜러들은 너도나도 정 회장에게 ‘차가 좋지 않아 못 팔겠다. 좋은 차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정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품질 경영’ 기치를 내걸었다. 판매되는 차량의 문제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개발 중인 차량을 엔지니어들과 함께 만져보고 들여다보며 품질 개선 방안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미국에선 ‘2년·2만4000마일 보증’이 일반적이던 1999년 ‘10년·10만마일’ 보증 정책을 시행했다.
현대·기아차의 '품질 혁명'…엑센트·쏘울 등 11개 차종이 '톱3'
◆일반차 브랜드 27년 만에 품질 1위

10여년이 지난 현재 미국 자동차 전문지들은 ‘학생이 갑자기 선생님이 됐다’(카&드라이버) ‘사람이 개를 물었다’(오토모티브뉴스)며 현대·기아차의 품질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졌다고 평가한다.
현대·기아차의 '품질 혁명'…엑센트·쏘울 등 11개 차종이 '톱3'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22일(현지시간) 내놓은 ‘2016 신차품질지수(IQS)’ 평가에서 기아차가 1위, 현대차가 3위에 오른 것은 현대·기아차의 품질이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00년만 해도 기아차는 37개 브랜드 가운데 37위, 현대차는 34위였다.

IQS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33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신차를 사서 90일 이상을 보유한 2만여명에게 233개 부문에 걸쳐 자동차 100대당 몇 개의 문제가 발생하는지 조사해 점수화하는 평가다.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이 좋다는 의미다. IQS는 미국에서 신차 구매 시 주요 참고 지표로 쓰인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올해로 30년째를 맞는 JD파워 IQS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르쉐나 렉서스,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라 일반 자동차 브랜드로서 1위에 오른 것은 1989년 도요타 이후 27년 만이다. 르네 스티븐스 JD파워 자동차부문 부사장은 “현대·기아차는 기존 모델을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높은 품질과 세련된 디자인의 신차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순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의 IQS 순위는 2013년 이후 급등했다. 2013년 현대·기아차 모두 10위였으나 2014년 현대차 4위·기아차 6위, 2015년엔 현대차 4위·기아차 2위로 올라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품질 순위가 급상승한 것은 정 회장이 2011년부터 제시한 품질 고급화 전략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결함을 줄이는 ‘품질 안정화’에 주력했다면 글로벌 브랜드가 되기 위해 품질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전략이다. 신차 개발 기준을 강화하고 협력사와 함께 품질을 검증하는 ‘품질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엑센트·그랜저·쏘울·스포티지 1위

현대·기아차의 '품질 혁명'…엑센트·쏘울 등 11개 차종이 '톱3'
현대·기아차는 총 25개(일반 16개·프리미엄 9개) 차급별 평가에서 11개 차종이 ‘톱3’에 들었다. 현대차 엑센트(소형차)와 그랜저(대형차), 기아차 쏘울(준중형 다목적차)과 스포티지(준중형 SUV)는 각 차급에서 1위에 올랐다. 엑센트는 3년 연속, 쏘울은 2년 연속 해당 차급 1위다.

소형차 부문에서 프라이드, 준중형차에서 K3와 아반떼, 준중형 스포츠카에서 현대차 벨로스터,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투싼, 중형 SUV에서 쏘렌토, 프리미엄 중형차에서는 제네시스 G80 등이 우수 품질 차량으로 꼽혔다.

쏘울을 생산하는 기아차 광주 1공장은 생산 차량 100대당 18개의 결함·작동 불량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돼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장 가운데 도요타 모토마치 1공장(16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생산품질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