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첨단 제조업에서 한국이 미국 중국 독일 등에 크게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선 철강 등 주력 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항공우주, 제약, 컴퓨터 등 첨단산업 경쟁력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첨단 제조업 부가가치, 한국과 일본만 줄었다
성장판 닫힌 첨단산업

현대경제연구원은 21일 ‘고부가 제조업의 추이와 수출경쟁력 국제 비교’ 보고서에서 “주력 산업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제조업의 고(高)부가가치화가 시급하지만 한국은 이에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첨단 제조업으로 분류한 △항공우주 △제약 △컴퓨터 및 사무기기 △통신기기 △반도체 △과학측정기기 업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최근 5년간(2010~2014년) 한국의 첨단 제조업 부가가치는 연평균 4.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2004년 연평균 7.8%씩 성장하다가 2005~2009년 연평균 0.2%로 제자리걸음하더니 그 이후엔 아예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주요 7개국을 비교하면 부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최근 5년간 중국의 첨단 제조업 부가가치는 연평균 15.3% 급증했다. 독일(5.7%) 대만(4.5%) 영국(2.1%) 미국(1.9%)도 성장세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성장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9.9%)뿐이었다.

수출대국 한국이 위태롭다

정보기술(IT) 강국이란 지위도 예전만 못했다. 최근 5년간 반도체산업의 부가가치는 연평균 6.4% 감소했고, 컴퓨터 및 사무기기(-7.6%), 통신기기(-6.1%)도 뒷걸음질했다. 과학측정기기(8.1%)와 항공우주(2.0%)산업이 그나마 선전했지만 중국 독일 대만 등 경쟁국 성장세에는 못 미쳤다.

이장균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첨단산업의 88%는 반도체, 통신기기, 과학측정기기에 몰려 있다”며 “이들 품목은 인근 경쟁국인 일본 대만 중국과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런 우려는 수출 성적으로도 드러났다. 최근 5년간 한국의 첨단 제조업 수출은 총 6660억달러로 중국(2조7112억달러) 미국(1조3832억달러) 대만(9444억달러) 일본(7348억달러)보다 적었다. 이 기간 한국의 첨단 제조업 수출은 연평균 0.5% 늘어나는 데 그쳐 독일(8.4%) 대만(5.7%) 중국(4.7%) 미국(4.6%) 영국(4.1%)에 비해 크게 부진했다. 이 연구위원은 “첨단산업의 수출 비중과 비교우위 정도를 분석해 보니 2010년 이후 한국의 경쟁력이 주요 7개국 가운데 가장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3월 중국은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내놓았다. 독일 미국 일본도 연이어 제조업 고도화 계획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첨단 제조업 시대를 이끌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산업구조 재편이 중요하다”며 “우수 인재를 키우고 경쟁국으로 이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