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한 연설은 보수 정당의 대표 연설로 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정 대표의 기업관은 소위 ‘대기업=악(惡), 골목과 중소기업=선(善)’이라는 낡은 도식과 그런 논리의 바탕 위에서 대기업 활동을 규제하면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순진한 경제민주화 주장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그는 “일부 대기업이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어종 ‘배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부의 집중과 불공정한 갑을 관계가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감몰아주기나 골목상권 침해도 규제해야 할 대기업의 비정상적인 행태”라며 “재벌 2, 3세들이 편법 상속, 불법적 경영권 세습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감시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가 비록 ‘일부 대기업’이라고 한정하기는 했지만 기업활동에 대한 몰이해는 물론 기업에 대한 내심의 적대감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경제는 수많은 경제학 교과서가 말하고 있듯이 치열한 경쟁적 거래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적 정의를 찾아간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시장경쟁에 대한 몰이해에 기초한 정치적 개입이 횡행하면서 시장질서를 파괴하고 경제적 성장 발전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의 진면목이다. 국회가 허다한 경제살리기 법안이나 노동개혁 법안을 좌절시키는 것도 그런 왜곡의 하나다. 대기업만 두드리면 골목상권이 살고 소득격차도 해결된다는 식의 주장은 지난 수십년간의 대기업 정책을 통해 이미 허구임이 입증됐다. 가까이는 박근혜 정부의 10여개 경제민주화 입법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를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념적 무정부 상태라는 느낌을 준다. 최근의 유승민 복당파문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경제’를 정책의 기본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보수당의 정강정책이 아니다. 가치나 이념에서 벗어나면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지금의 새누리당이 그렇지 않은가. 시장자유의 가치와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언제 시장원리를 제대로 채택해 보기라도 했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