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의 원당신협은 지난해 11월 분양에 들어간 A건설사의 동탄2신도시 신축 아파트단지의 중도금 집단 대출을 맡았다. 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자산운용처 다변화를 꾀하던 원당신협과 아파트 계약자를 위해 집단대출을 해줄 금융회사를 찾던 A건설사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졌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대다수 은행이 집단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아파트 집단대출 '틈새시장' 노리는 신협
A건설사 관계자는 “도무지 대출해주겠다는 은행을 찾을 수 없어 신협을 알아봤고 마침 적당한 금리로 해주겠다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당신협은다른 2금융권 회사 10여곳과 함께 지난 봄까지 분양 계약한 672세대에 1104억원을 대출했다. 대출금리는 당시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 연 3.9%였다.

20일 금융당국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초까지 은행권과 계약하지 못한 아파트 집단대출 규모는 5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시장을 놓고 보험사와 새마을금고, 신협, 단위농협과 수협 등이 유치 경쟁에 나섰고, 전체의 30%가량인 1조5000억원을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이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협 관계자는 “은행권의 집단대출 심사 강화가 이뤄진 지난해 10월 이후 2금융권 회사가 풍선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협은 저금리에 따른 낮은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한 새로운 투자처로 아파트 집단대출을 주목하고 영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경남 창원중동 유니시티, 전남 순천 오천지구 대광로제비앙 등 지방권 아파트뿐 아니라 경기 동탄2신도시 금호어울림레이크 등 수도권 아파트도 집단대출 기관으로 신협을 활용했다.

집단대출 증가 등에 힘입어 신협의 지난달 말 기준 대출잔액은 46조7549억원으로 작년 말 43조5820억원보다 3조원 넘게 늘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은 시중은행보다 대출심사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데다 대출금리도 은행보다 1%포인트 정도 높을 뿐”이라며 “영세 금융기관이라는 편견 때문에 그동안 신협을 멀리한 건설사가 집단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신협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협 등의 집단대출 확대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협, 새마을금고, 수협만큼 비교적 낮은 금리에 집단대출을 할 수 있는 2금융권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도 집단대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신협 등에 비해선 대출금리가 높다. 다만 은행에서 밀려난 집단대출 시장을 잡기 위한 2금융권 회사 간 경쟁 심화가 금융사 부실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대전 A신협에 대해 “집단대출을 시행하면서 부실하게 심사해 취급 조건에 미달되는 이들에게까지 무리하게 대출을 했다”며 경영유의 제재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