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브로커로 알려진 이동찬 씨가 경찰에 검거돼 19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브로커로 알려진 이동찬 씨가 경찰에 검거돼 19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상습 원정도박 사건 수사 과정에서 현직 검사가 수사 내용을 정 대표 측에 누설한 혐의를 포착해 검찰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감사원 감사 무마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1억원을 받은 또 다른 현직 검사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와 법조 브로커에 이어 현직 검사로까지 수사가 확대되면서 법조 비리의 전모가 밝혀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직 검사로 번지는 법조비리

올 4월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검찰은 정 대표 도박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브로커 역할을 한 이민희 씨(구속 기소)의 통화내역을 추적해왔다. 현직 검사와의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정 대표 사건 담당 검사와 사법시험 동기인 L모 검사가 수시로 통화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검찰은 수사내용이 담긴 L검사의 문자메시지를 확보하는 등 L검사가 수사 관련 정보를 정 대표 측에 넘긴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L검사가 정 대표로부터 금품 등의 대가를 받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정 대표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현직 검찰간부 P씨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최근 정 대표로부터 “2010년 P검사에게 전달해달라는 취지로 지인 C씨에게 1억원을 맡겼다”는 진술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검사가 지난달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담당 의사에게 소환이 가능한지 확인한 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감사원의 서울메트로 감사를 막기 위해 감사원 고위관계자와 동문인 해당 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은 지하철 임대매장 운영업체인 S사의 상가 운영권을 매입한 상태였고, 감사원은 서울메트로가 S사를 운영업체로 선정한 과정을 감사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S사가 허위 서류로 임대사업권을 따낸 것을 밝혀냈다.

이와 관련, 검찰은 C씨를 최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돈 전달 여부를 조사한 뒤 지난 17일 석방했다. 검찰 관계자는 “C씨의 ‘배달사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해당 검사에게 실제로 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검거된 ‘최유정 브로커’ 입에 주목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기소된 최유정 변호사의 최측근 법조 브로커인 이동찬 씨(44)도 약 두 달간의 도피 끝에 18일 밤 경기 남양주시에서 체포됐다. 그는 정운호 게이트를 촉발시킨 사건인 정 대표와 최 변호사 사이의 ‘폭행 공방’ 때 최 변호사 대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인물이다.

이동찬 씨는 이숨투자자문 소유주 송창수 씨(구속 수감 중)에게 최 변호사를 소개했다. 최 변호사는 재판부 로비 등을 명목으로 송씨로부터 50억원의 수임료를 부당하게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동찬 씨는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조사를 거쳐 20일께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동찬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은 앞서 구속한 홍만표 변호사도 20일 기소할 방침이다.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받던 정 대표에게 서울중앙지검 고위관계자에게 부탁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3억원을 수임료 명목으로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