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탁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신탁계정 자산은 올 1분기 말 335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예금금리 제로시대를 맞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신탁 상품이 뜨고 있다.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 축소로 비(非)이자수익 확대에 주력하는 은행들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신탁 상품 판매에 공을 들이는 것도 시장이 커지는 요인이다. 신탁업은 소비자가 위탁한 재산을 은행이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신탁상품 키우는 은행…335조 규모 팽창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1년 1분기 말 174조6393억원이던 은행 신탁 자산은 올 1분기 말 335조1626억원으로 5년 새 91.9% 증가했다. 최근 1년간 증가율만 21%에 달한다. 원금 보장은 안 되지만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가연계신탁(ELT) 등이 정기예금의 대안 상품으로 주목받은 영향이다.

은행도 이자수익이 계속 줄어들자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신탁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올 1분기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사상 최저치인 1.55%로 주저앉았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올 하반기에만 은행 이자수익이 1000억원가량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등을 인상하고 있지만 수익 창출 폭은 크지 않다”며 “신탁업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탁 수수료는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고객이 맡긴 금액의 적게는 연 0.1%에서 많게는 연 1%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은행 간 신탁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초 은행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자산관리) 자문형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신탁 상품에 대한 영업점 직원의 이해도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교육과 세미나를 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소비자의 재산 증식과 은행의 수익 확충을 위해 신탁 부문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 시장의 전통 강자인 KEB하나은행도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다. 부산은행은 신탁부를 신탁사업단으로 확대 개편했고, 우리은행은 유언대용신탁상품을 출시하는 등 다른 은행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 1분기 국민은행의 신탁 수수료 수익은 431억원으로 주요 은행 중 가장 많다. 이어 KEB하나은행(275억원), 신한은행(189억원), 우리은행(134억원) 순이다. 은행별 신탁 자산은 KEB하나은행(50조7648억원), 국민은행(39조6017억원), 신한은행(38조2622억원), 우리은행(37조5736억원), 농협은행(34조5556억원) 순으로 많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