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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26) 막스 프리시 '호모 파버'

입력 2016-06-17 17:03:15 | 수정 2016-07-08 11:21:49 | 지면정보 2016-06-20 S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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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신비를 거부하는 주인공은 내 모습
과학과 수학으로삶을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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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영화로 만나는 기계인간

막스 프리시는 전후 독일 문단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작가이다. 희곡, 소설, 일기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남긴 20세기 문학의 거장 중 한 명이다. 1991년 세상을 떠난 프리시는 생전에 총 12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쉬틸러》《호모 파버》《내 이름은 간텐바인》으로 작가적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들은 예술적인 측면에서 완벽한 구성을 지닌 기념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콘라드 페르디난드 마이어상, 게오르그 뷔히너 문학상, 취리히시문학상, 스위스 실러재단의 실러대상, 독일 출판협회의 평화상, 미국 신도시 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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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버는 영화 <사랑과 슬픔의 여로>로 제작돼 1991년 개봉했다. <양철북>의 감독 폴커 쉴렌도르프가 기용한 줄리 델피가 열연을 펼쳤다. 원작 소설과 영화를 연이어 보면 강렬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이미지가 오래도록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호모 파버는 대한민국이 전쟁으로 인해 폐허나 다름없을 때인 1957년 발간되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 대한민국은 끼니도 해결하기 힘들 때였다. 그런 시기에 기계와 기술에 대한 회의를 표하는 작품이 나왔다는 걸 알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열심히 세계 수준을 향해 달려왔는지 짐작하게 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발터 파버를 옛 애인 한나는 ‘호모 파버(Homo Faber·기계 인간)’라고 불렀다. 기계 문명에 경도되어 놀라움이나 공포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며,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 유형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합리주의자이자 현세주의자인 파버는 운명이나 섭리 같은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감정, 사랑, 종교, 예술을 경시한다. 철저한 과학도로 수학의 법칙 속에서만 인생을 설명하며, 인생의 신비함을 거부하는 지성 만능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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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프리시

미국 맨해튼에 살며 유네스코에서 근무하는 파버는 개발도상국 기술 원조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한다. 운명을 인정하지 않는 그에게 어느 날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난다. 한나와 결별한 뒤 50세가 되도록 독신으로 지내고 있는 파버 앞에 나타난 여인은 그의 딸 자베트였다. 하지만 그는 딸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자베트를 만난 뒤 기계인간 파버는 사물에 대한 객관적 태도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자베트와 더불어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는 장면에서 파버가 고수했던 ‘설명 가능한 언어’ 대신 ‘비유적이고 환상적인 차원의 언어’를 봇물처럼 터뜨린다.

2부로 구성된호모 파버는 전체가 42개의 개별적 단락들로 나뉘어 있다. 그 안에서 작가는 연대기 순이 아닌 매우 복잡한 몽타주 기법으로 소설을 펼쳐나간다.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회상을 계속 끼어 넣는 식이다.

딸을 만나 감정을 회복하는 파버

작가는 ‘그녀가 딸일까 아닐까’라는 1차원적인 궁금증보다 ‘딸과 사랑에 빠질 것인가’라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궁금증을 유발시켜 독자를 사로잡는다.

어느 순간 파버는 자베트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미리 말한 다음 끊임없이 자신을 변호하면서 얘기를 이끌어간다. 자베트가 위급해진 상황에서 한나를 만나고 비로소 딸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다는 것을 파버는 끊임없이 주절주절 변명한다. 냉철하다고 스스로 자부했던 파버의 흔들리는 모습에서 기계인간의 허술함을 목격하게 된다.

발터 파버는 친딸을 몰라봤던 자신을 ‘차라리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것이 나의 유일한 바람이다. 이 놈의 포크 두 개를 집어들고, 내 얼굴에 내리 찍어, 두 눈을 뽑아버리는 게 어떨까’라고 자책한다. ‘두 눈을 뽑아 버린다’는 대목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연상하게 된다.

21세기 인간형을 연구해보라

이근미 < 소설가 >기사 이미지 보기

이근미 < 소설가 >

소설은 비극적으로 끝난다. 자베트는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로 죽고, 완벽한 기계인간으로 모든 걸 분석하고 수치로 계산하던 파버는 위암 수술을 받는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발터 파버는 자신이 진실하게 살아보지 못했으며, 진실하지 못하였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죽음을 기다리면서도 통계적인 설명으로 자기의 종말을 해명하는 모습에 연민이 달아나고 만다.

파버는 20세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인간이다. 그는 삶의 유용성에 기초를 두고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길까 불안한 가운데 도처에서 예고 없이 터지는 테러와 잔혹한 범죄에 떨고 있다.

호모 파버에서는 기계인간을 그리는데 카메라, 면도기, 자동차, 타자기, 체스가 이용되었다. 21세기 인간유형을 드러내기 위한 물건으로 어떤 것이 적당할까. 소설을 읽으며 20세기의 특성을 돌아보고 21세기를 예측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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