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중력파' 두번째 검출…올 노벨상 유력 후보
한국 과학자들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중력파를 두 번째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중력파를 연이어 확인하면서 관련 연구가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이끄는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연구단과 유럽 중력파 검출기인 버고(VIRGO) 연구단은 15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천문학회 연차총회에서 이 같은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26일 새벽 블랙홀 두 개가 빠르게 회전하는 하나의 블랙홀로 합쳐지면서 1초간 발생한 중력파를 검출했다.

지난 2월 최초로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지 4개월 만의 성과다. 중력파는 질량을 지닌 물체가 가속운동할 때 생기는 중력장(시공간)의 출렁임이 물결처럼 전파되는 파동이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발표한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예상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파동은 검출이 어렵지만 블랙홀이 충돌하거나 초신성이 폭발할 때처럼 급격한 중력 변화가 생기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중력파가 약 14억년 전 태양 질량의 14배와 8배인 블랙홀 두 개가 합쳐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력파가 발생한 시기도 첫 번째로 검출된 중력파가 발생한 13억년 전보다 1억년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주를 더 멀리 볼 수 있고 인류의 관측 능력이 우주 탄생 순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것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을 맡기도 했던 킵 손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와 레이너 바이스 MIT 교수의 주도로 1997년부터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길이 4㎞짜리 진공 터널을 파고 중력파를 검출하는 LIGO를 설치해 관측에 집중한 결과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 한양대 등 20명의 한국 과학자도 참여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